좀처럼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어딘가로 향한다. 그들은 때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들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모른 채 길을 걷는다. 때로 그들은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곳을 찾아, 그들의 꿈꾸는 이상을 만나기 위해 함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낯선 이들과의 여행이기에 여행 과정에서 그들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동행을 멈추고 혼자의 길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길을 걸으며 자신이 꿈꾸던 이상에 닿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운 삶의 목표를 만나기도 한다. 공사장을 떠도는 노동자 영달과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를 나온 정 씨, 그리고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백화가 우연히 함께 하게 된 여행(<삼포가는 길>(이만희, 1975))이 그러했고, 동칠, 육덕, 혜영 역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바보선언>(이장호, 1983)). 그리고 춘자의 잃어버린 말과 고향을 찾아주기 위해 주인공들이 함께 길을 떠나는 <고래사냥>(배창호, 1984) 역시 비슷하다.
국내 로드무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삼포가는 길>과 198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 시네마와 맥을 같이 하는 <바보선언>, <고래사냥>을 비롯해 <만다라>(임권택, 1981),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장호, 1987) 등, 9~10월 KMDb VOD 기획전에서 소개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떤 연유로 길을 나서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걷는 그 길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그들의 길 위에는 어떤 답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혹독한 무더위를 견디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우리는 또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상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