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탈옥수 귀환하다: <광복절 특사>(김상진, 2002) 월간스크린㉑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2-18조회 5,964
광복절 특사
2002년 | 감독의 집

감독, 제작: 김상진 | 원안: 김형준 | 각본: 박정우 | 기획: 강우석 | 촬영: 정광석 | 미술: 오상만 조성원 | 음악: 손무현

CAST
유재필: 설경구 | 최무석: 차승원 | 한경순: 송윤아 | 용 문신: 강성진 | 보안과장: 강신일 | 짭새: 유해진

지난 세기말과 세기초,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흥행 감독은 김상진이었습니다. 강제규 감독이 <쉬리>(1999)로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강우석 감독이 업계의 거물로 자리잡았다면, 김상진 감독은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죠. <주유소 습격사건>(1999)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 특사>(2002) <귀신이 산다>(2004)의 연속 흥행. 그 중 <광복절 특사>는 흥행 전선의 정점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광복절 특사
광복절 특사
   
<광복절 특사>는 두 번에 걸쳐 현장 공개가 있었는데요, 먼저 탈출 신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교도소를 세트로 지었는데요, 영화 속 ‘오수 교도소’는 전주공고 부지에 지은 것입니다. 약 8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죠. 참고로 ‘오수 교도소’라는 명칭은 근처에 있는 전북 임실군의 지명인 ‘오수’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교도소의 행정동은 군산 교도소에서, 실내 촬영은 양수리 종합촬영소 세트에서 촬영했습니다.

광복절 특사
 
드디어 탈출한 무석(차승원). <쇼생크 탈출>(프랭크 다라본트, 1994)의 패러디라고 봐도 무방한 장면입니다. 탈옥 영화에서 비 오는 날 밤의 탈출은 일종의 클리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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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부분을 스태프들이 매만지고 있습니다. <광복절 특사>에서 땅굴 장면은 세트로 제작해 일주일 정도 촬영해야 했는데요, 배우들이 가장 고생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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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석과 재필(설경구)은 탈옥에 성공한 후 껴안고 뒹굴며 기뻐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캐스팅은 다소 의외인데요,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었습니다. 설경구는 다소 어눌하고 무거운 느낌이었지만 사기꾼 역할을 맡았고, 모델 느낌의 도시적인 이미지인 차승원은 순진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상진 감독은 이 영화에서 배우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캐스팅한 두 배우가 보여준 “언밸런스 호흡”을 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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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은 무석이라는 캐릭터를 “어리바리”라는 단어로 요약합니다. “교도소 안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존재였지만, 막상 세상에 나가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린 거죠.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순간 정신이 나가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무석이고, 그걸 계속 다그치는 사람이 재필이에요.” 한편 차승원은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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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은 설경구에 대해 “나와 완전히 색깔이 다른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혔을 땐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경구 형은 정말 자기를 포장할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정말 좋은 배우예요, 좋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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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감독의 전성기엔 항상 차승원이 옆에 있었습니다. 아깝게 편집에서 잘려나가긴 했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에 차승원은 특별 출연을 했고, 이후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그리고 <귀신이 산다>까지 두 사람은 함께 합니다. “촬영할 때 김상진 감독님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거의 똑같아요. ‘여기서는 이런 느낌으로’, ‘그래, 바로 그거!’ 뭐 이런 식이죠. 이렇게 사람 생각이 똑같을 수 있구나, 가끔은 깜짝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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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전문가인 김상진 감독에게 <광복절 특사>는 중간 결산 같은 작품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20대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고, 그게 아쉬워서 <신라의 달밤>에선 좀더 넓은 층을 타깃으로 잡았어요. <광복절 특사>는 욕심을 더 부린 측면이 있어요. 이전의 두 영화를 완결 짓는 느낌? ‘쌈마이 코미디’의 완결편?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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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세트 안에선 간단한 기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촬영이 없었던 경순 역의 송윤아도 참석했고요. 한편 김상진 감독과 설경구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인데요, 연기와 연출로 지향점은 달랐지만 4학년 워크숍 작품 때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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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한편 교도소 세트는 서대문 형무소와 여수 교도소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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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장면은 2002년 9월에 공개되었고, 앞서 8월엔 탈출 후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베테랑인 정광석 촬영감독이 잡았는데요, 김상진 감독과는 <신라의 달밤>에 이어 두 번째 만남입니다. 아버지 뻘인 정광석 감독 앞의 두 배우의 엉거주춤한 모습이 선생님 앞에서 벌 받는 학생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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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밥을 먹는 무석이 숟가락을 보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6년 동안 숟가락 하나로 땅굴을 파 탈옥한 그에게, 그 숟가락은 그 동안의 고생을 환기시키는 소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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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필의 약혼녀였지만 배신하는 경순 역할에 김상진 감독은 원래 신인급 배우를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배우가 없었고,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송윤아가 러브콜에 응하면서 탄탄한 캐스팅 라인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송윤아는 청룡영화상, 대종상, 춘사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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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특사 대상이었던 두 사람은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전에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지는데요, 이때 경찰이 식당으로 들이닥칩니다. 어떻게든 경순을 데리고 도망치려는 재필과 안 간다고 버티는 경순, 중간에서 애가 타는 무석 세 사람의 실랑이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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