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달달한 조폭 코미디: <신라의 달밤>(김상진, 2001) 월간스크린 ⑱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1-29조회 8,617
신라의 달밤 스틸

2001년 | 좋은영화

감독: 김상진 | 원안: 이해영 이해준 김영호 | 각본: 박정우 | 제작: 김미희 | 기획: 강우석 | 촬영: 정광석 | 미술: 조성원 | 음악: 손무현

CAST
박영준: 이성재 | 최기동: 차승원 | 민주란: 김혜수 | 민주섭: 이종수 | 천수: 이원종 | 덕섭: 성지루 | 넙치: 유해진

2000년대 전반기 한국영화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는 이른바 ‘조폭 영화’였습니다. <친구>(곽경택, 2001)를 필두로 <달마야 놀자>(박철관, 2001) <조폭 마누라>(조진규, 2001) <가문의 영광>(정흥순, 2002) 등은 모두 이후 시리즈로 이어지는 흥행작들이었죠. <신라의 달밤>도 이 시기 나온 영화였고 큰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제작사 좋은영화와 김상진 감독이 다시 만난 이 영화는, 조폭 영화이면서 동시에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신라의 달밤 스틸
 
현장 공개는 주란(김혜수)이 경영하는 ‘주섭이네 라면’ 가게입니다. 주섭(이종수)이는 주란의 말썽쟁이 동생으로 조폭이 꿈인 고등학교 ‘짱’이죠. <신라의 달밤>에서 이 공간은 주란과 영준(이성재)과 기동(차승원)의 관계가 시작되고 변화하는 중요한 곳인데요, 영화를 위해 지은 오픈 세트입니다. 꽤나 그럴 듯해서, 촬영 기간 동안 진짜 분식집인 줄 알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네요.

신라의 달밤 스틸 

<신라의 달밤>의 가장 큰 갈등은 영준과 기동 사이에서 생깁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죠. 차승원이 역할을 맡은 기동은 당시 ‘짱’이었지만 이젠 모교의 체육 교사입니다. 한편 과거 ‘범생이’였던 영준은 지금 조폭이 되어 있죠. 하지만 겉모습만 보면, 기동이 조폭 같고 영준이 선생님 같습니다. 사실 차승원과 이성재는 <자귀모>(이광훈, 1999)에서 만난 적이 이었는데요, <신라의 달밤>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친해졌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성재와 외향적인 제 성격으로 인해 껄끄러운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기우였고, 두 사람은 금방 편한 관계가 되었다고 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주란과 동생 주섭. 주섭은 매일 같은 싸움질에 얼굴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습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배우지만, 놀랍게도 <신라의 달밤> 이전에 차승원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습니다. <세기말>(송능한, 1999) <리베라메>(양윤호, 2000) 등에서 비열하거나 악한 캐릭터를 맡았는데요 <신라의 달밤>에서 확실하게 이미지가 변하죠. 이후 <광복절 특사>(김상진, 2002) <라이터를 켜라>(장항준, 2002) <선생 김봉두>(장규성, 2003) <귀신이 산다>(김상진, 2004)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를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가 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사실 이성재가 맡은 영준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영화에선 아무래도 기동이 돋보였고, 영준은 뉘앙스를 통해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동처럼 내지르는 캐릭터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성재는 매우 뛰어나게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데요, ‘젠틀한 조폭’인 영준은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한 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3월의 촬영 현장은 꽃샘추위가 대단했는데요, 설정상 가을 양복을 입어야 했던 이성재는 꽤나 추위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그런 기색을 내지 않았습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1998~2000년에 <김혜수의 플러스유>를 진행하면서 김혜수는 다시 배우로 돌아오기 위해선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에서 <신라의 달밤>은 그녀에게 유쾌한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여행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네요.

신라의 달밤 스틸 

차승원과 김혜수는 동갑내기이자 이미 <김혜수의 플러스유>에서 MC와 게스트로 만난 적이 있었죠. 그런 이유로 별 어려움 없이 공연할 수 있었고, 호흡도 잘 맞았다고 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차승원은 김상진 감독의 전작 <주유소 습격사건>에 카메오로 출연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아쉽게 잘린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고, <리베라 메> 촬영이 끝날 즈음 <신라의 달밤> 시나리오를 접한 후 읽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주란과 영준 사이에 약간 어색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김상진 감독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김 감독이 연출하기까진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원래 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죠. 그런데 잘 풀리지 않았고, 강우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상진 감독이 개입하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했고 결국 직접 메가폰을 잡게 되었습니다. 김 감독은 박정우 작가와 함께, 가장 먼저 조폭과 교사의 성격을 바꾸었다고 하는데요, 원래는 교사가 과거엔 짱이었고 조폭은 예전엔 모범생이었다는 설정을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고 합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신라의 달밤 스틸

이 영화의 카메라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정광석 촬영감독이 잡았습니다. <동감>(김정권, 2000)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정광석 촬영감독은 1960년대부터 활동했던, <신라의 달밤> 현장에선 60대 중반이었던 카메라의 장인이죠. 그럼에도 직접 크레인에 올라가 뷰파인더를 직접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상진 감독은 다음 작품인 <광복절 특사>(2002)도 정광석 촬영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이 날 촬영은 조금 정신 없었는데요, 분식집에 걸려 있는 여러 신을 한꺼번에 찍었기 때문이죠. 그 중 한 장면은 분식집을 찾아온 기종이 굳게 잠긴 문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채는 신이었습니다. 주란과 영준이 함께 야유회를 간 것이었는데요, 기동만 허탕 친 게 아니었죠. 여학생 세 명도 분식집 문이 잠겼다며 다른 곳으로 가는데요, 이 학생들은 현장에서 캐스팅 했습니다. 하교 중이던 경주여중 학생들이었는데요, 한 번의 NG도 없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 스태프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신라의 달밤 스틸 

엉겁결에 분식집 일을 돕게 된 기동의 엉거주춤한 모습입니다. <신라의 달밤>이 7번째 영화인 차승원은 코믹 연기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심적인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코미디는 해보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웃기기 위한 설정으로 장면을 만들어내는 건 사실 뻔하잖아요.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 그래서 박장대소할 수 있는 웃음이라야 먹히는 거죠. 근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신라의 달밤 스틸
신라의 달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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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이성재 차승원의 조합이 좋았던 로맨스 조폭 코미디 <신라의 달밤>. 원래는 강우석 감독이 고소영 이성재 박중훈 캐스팅으로 찍으려 했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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