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 <어린 신부>(김호준, 2004) 월간스크린⑪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8-12-26조회 1134
어린 신부 스틸

2004년 | 컬쳐캡미디어

감독: 김호준 | 각본: 유순일 | 각색: 조중훈 김요석 | 제작: 최순식 | 촬영: 서정민 | 미술: 윤도환 | 음악: 히드라

CAST
박상민: 김래원 | 서보은: 문근영 | 보은 조부: 김인문 | 상민 부: 한진희 | 상민 모: 김혜옥 | 보은 부: 송기윤 | 보은 모: 선우은숙 | 혜원: 신세경 | 동구: 류덕환

2004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무엇이었을까요? <실미도>(강우석, 2003)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2004)였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1위였죠. 당시 충무로가 만들 수 있는, 아니 당시 충무로의 수준을 뛰어넘는 대단한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2위는 어떤 영화였을까요? 놀랍게도 <어린 신부>였습니다. 비수기인 4월 초에 개봉한 이 영화는 전국 관객 315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권상우를 스타덤에 올린 <말죽거리 잔혹사>(유하, 2004), 정우성 손예진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이재한, 2004),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 류승완 감독의 액션 판타지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원빈 신하균의 <우리 형>(안권태, 2004), 강동원 조한선의 <늑대의 유혹>(김태균, 2004)... 이 모든 영화들을 <어린 신부>가 제쳤고,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 여동생’ 문근영 신드롬으로 들끓었습니다. 

어린신부 스틸
어린신부 스틸
   
<어린 신부>는 24살 대학생 상민과 16살 여고생 보은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보은의 할아버지는 꾀병을 부려, 죽기 전에 보은이 상민과 결혼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죠. 그렇게 ‘어린 신부’는 탄생합니다. 촬영 공개는 바로 그 결혼식 신이었습니다.

어린신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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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공개된 날은 2003년 12월 17일이었습니다. 청담동에 있는 어느 결혼식장이었는데요, 날씨가 엄청 추웠습니다. 배우들은 촬영이 없을 땐 추위를 막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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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 스틸
 
현장에서 짬이 날 때 전화 통화를 하는 문근영의 모습입니다. 당시 문근영은 실제로 극중 나이와 같은 16세였고, <어린 신부>의 리얼리티는 배우와 캐릭터의 연령대 일치에서 생겨난 셈입니다. 김래원도 캐릭터와 같은 연령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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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주로 부각되었지만, <어린 신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토대엔 분명 김래원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있습니다. 당시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승승장구 하던 김래원은 <어린 신부>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남자 주인공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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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입장을 기다리는 문근영의 모습입니다. 영화 속에서 하객들이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며 감탄하던 그 장면이죠. 당시 문근영은 TV에서 영화로 옮겨 오면서 <장화, 홍련>(김지운, 2003)으로 영화배우로서 자리를 굳히던 시절이죠. 그리고 <어린 신부>가 이어집니다. 사실 <장화, 홍련>의 수연과 <어린 신부>의 보은은, 극과 극의 감정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죠. 1년 사이에 그 극단을 오가는 건 10대 중반의 배우에겐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요, 문근영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어린신부 스틸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바로 보은의 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인문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정다운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죠.

어린신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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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양가 부모 캐릭터는, 주로 TV에서 활동하시는 중견 연기자들이 맡았습니다. 상민의 아버지는 한진희 씨, 어머니는 김혜옥 씨가 맡았습니다. 곧 있으면 신혼 여행을 떠날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충고를 하지만,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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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엄마 역은 선우은숙 씨가 맡았습니다. 아직 어린 딸이 안쓰럽기만 한 표정입니다. 대신 상민의 엄마는 며느리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어린신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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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신부>는 김호준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일본에서 영화를 전공한 김 감독은 1990년대 초부터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 이정국 감독의 <편지>(1997) 등을 거쳐 10여 년의 도제 시스템 끝에 자신의 첫 영화를 만들게 되었죠. 한편 카메라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서정민 촬영감독이 잡았습니다. 지난 번 <몽정기>(정초신, 20002)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 드렸던, 바로 그 분입니다. 촬영 당시 70세셨고, 2015년에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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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결혼식은 보은의 수학여행 날에 치러집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보은의 결혼 사실을 모르죠. 단, ‘베프’인 혜원은 예외였는데요, 당시 14세였던 신세경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문근영보다 어린 유일한 배우? 당시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나무 액터스)였는데요, 지금도 그곳에 함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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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민의 선배인 지수 역은 김보경이 맡았습니다. <친구>(곽경택, 2001)의 진숙 역으로 떠오른 그녀는 이 영화에 특별 출연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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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나고 양가 부모가 딸과 아들을, 며느리와 사위를, 배웅합니다. 보은 아빠 역은 탤런트 송기윤 씨가 맡았습니다. 선우은숙 씨 옆에 보은의 동생 동구 역을 맡은 류덕환이 보이네요. 실제로는 문근영보다 한 살 많은 오빠지만 영화에선 동생으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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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스틸  

아담한 웨딩 카. 그리고 그 안의 신혼 부부입니다. 실제 촬영 때는 아니고 차 안에서 대기하는 모습입니다.

어린신부스틸

결혼식 신에 대해, 김래원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신”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문근영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편하게 촬영한 신”이라고 말합니다. 호기심 많은 성격인 보은이 ‘결혼 그 자체’만 생각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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