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 다비드 뒤프렌느, 2020

by.장병원(영화평론가) 2021-12-29조회 3,238

카메라가 진실을 드러내는 무기이며 따라서 대중의 민주적인 열망을 실현하는 소명에 공헌할 수 있다는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의 믿음은 1960년대 16mm 필름과 뉴스릴 비디오 운동을 통해 여실히 입증되었다. 오늘날 베르토프의 전통은 소형 비디오 및 모바일 카메라로 촬영한 혁신적인 논-픽션 작품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2020)는 베르토프의 금언을 현재화한 실천 사례이며 사실을 매개하는 기능과 관련하여 현대 다큐멘터리의 장치와 미학이 도달한 혁신의 지점을 보여준다. 이런 류의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훌륭하게 연출되어서가 아니라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다원화된 이미지들을 통해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경청할만한 의제를 던지기 때문이다.

<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는 비범한 깊이와 신랄함으로 카메라-장치와 권력의 문제를 의제화한다. 치안과 질서 유지, 안전은 폭력의 독점을 승인하는 적절한 명분인가? 경찰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이 위임되어 있으며, 이것이 시민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경찰은 언제부터 시민들을 섬기는 본분을 멈추고 국가와 통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였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의 모델 하나가 선택되었다. 2018년 10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탄소세 인상 조치로 인해 유발된 노동자들의 노란 조끼 시위이다. 프랑스 내 여론 조사에 따르면 노란 조끼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까지 대거 참여하였다. 8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에 벌어진 시위는 정부의 세금 인상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히 충돌하면서 상해와 약탈, 인권침해 등 폭력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좌파 저널 ‘리베라시옹’의 기자였고 탐사 저널리즘을 표방한 웹사이트 ‘미디어파트(Mediapart)’의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다비드 뒤프렌느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는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 경찰의 위상과 폭력의 합법적 행사, 반(反) 군사적 저항 폭력, 그들의 충돌이 초래한 여파 등을 다룬다. 뒤프렌느는 노란 조끼 시위를 촬영한 푸티지와 시위 관련자, 가족들의 인터뷰,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등장하는 폭력의 독점 이론, 첨예한 정치 현상과 이에 대한 사유를 쟁점으로 펼쳐지는 지식인들의 논쟁을 담화적 형식으로 엮는다. 국가의 기능은 다면적이지만 베버는 폭력의 독점이 근대 국가의 기초이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국가는 폭력의 독점권을 소유하려 한다고 설파하였다. 베버의 후예들에 따르면, 국가의 통치 능력과 폭력을 독점하는 정도는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하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내전과 분쟁, 재난의 후과가 이와 같은 이론을 뒷받침한다는 주장들이 전해진다.
 

베버의 사유에서 영감은 얻은 <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는 우아하고 웅변적인 어조로, 그러나 동시에 지적인 틀로 서사를 구성하여 현대의 군중에 대한 두 가지 경쟁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 군중들과 단단한 헬멧, 안면 보호대, 마스크 뒤에 신원을 감춘 중무장한 경찰들의 쟁투이다. 여기서 뒤프렌느의 이미지 전략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대중의 행동과 실천을 어떻게 민주화하였는가를 일깨우는 방향으로 기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시위 현장에서 촬영된 엄청난 양의 영상이다. 소셜 미디어를 출처로 한 시위 현장 영상들은 참가자들 또는 관찰자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익명의 아카이브로부터 나왔다. 거리의 촬영자들은 미디어에 의해 필터링된 보도 뉴스가 아니라 정보 기술의 민주화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된 이미지들을 제공한다. 영상의 절반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실제 시위대의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 쓰이는데 경찰의 잔혹성과 도시 전체가 전란의 현장으로 탈바꿈한 충격적인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일부 장면은 끔찍하여 보기가 어렵다. 모바일 영상 푸티지에 등장하는 사람들 일부는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영상이 재생되는 광경을 보면서 기록 내러티브의 등장인물이 되어 당시 상황에 대한 해설에 가담한다. 이를테면 영화의 프롤로그, 화면이 열리고 들려오는 첫 번째 대사는 “저게 나야 C'est moi”라는 말이다.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오는 이 음성은 경찰 폭력에 의해 한쪽 눈을 실명한 청년이 부상 당시 땅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신을 찍은 이미지를 보고 덧붙인 코멘트이다. 이 살풍경한 이미지 뒤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청중들 사이에서 폭력적인 시위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TV 시사 프로그램 화면이 연결되고, 그 뒤에는 실명 청년의 어머니가 경찰 폭력의 참혹함에 대해 성토하는 인터뷰, 이어서 경찰이 카메라를 압수하기 위해 돌진하는 자동차 반사경 이미지가 차례로 배열된다. 용의주도하게 설계된 말과 이미지의 몽타주는 거리 시위의 격렬함과 긴급성을 보여주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뒤프렌느는 이러한 강력한 감정적 요소들의 뒤에 냉철한 논쟁을 배치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어두운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토론과 논쟁은 지적이되 설익은 계몽으로 흐르지 않는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일대일 대화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지는 이미지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시네마 베리테 미학에서 영화의 본질에 대한 세심한 검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말과 이미지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정치 다큐멘터리들이 너무 많은 다른 아이디어와 주제를 다루려는데 비해 이 영화는 86분의 단출한 러닝타임 안에서 경찰의 잔혹성이라는 한 가지 아이디어에 전념한다. 사실의 흐름을 전달하기로 선택한 형식적 아이디어는 현대의 소통 장치인 스마트폰과 고전 영화 미학인 몽타주이다. 1인칭 스마트폰 비디오와 주석으로 이루어진 혼합 미디어 저널리즘은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증거하면서 시네마 베리테의 현대적 이상을 보여준다. 종횡비가 역전된 스마트폰의 세로 이미지는 관객의 시계(視界)를 좁혀 사태의 긴급성을 증폭한다. 소비에트 몽타주 사상가들이 정립한 충돌 몽타주의 활용을 보여주는 다수 장면들은 복잡한 의제를 횡단하는 감정적이고, 지성적인 견해들을 경합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시력의 상실’은 주요 모티프 중 하나이다. 사위 기간의 법 집행 과정 중에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5명이 손 절단, 27명이 눈을 잃었다고 전해지는데, 영화 안에는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두른 실명자들이 나온다. 이미지와 재현의 특성을 활용한 동일시와 거리두기의 변증법은 사태를 객관화하는 유장한 시각화 방식이다. 전술(前述)한 프롤로그 시퀀스처럼 경찰들의 발포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사람들은 움직이는 이미지 앞에서 거리를 두고 사태를 재음미한다. 격렬했던 현장의 영상을 제시하고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벽에 투사하는 반복적인 기술(記述)은 행위자들이 그들의 행위를 보고, 관객은 그들의 뒤에서 보게 만듦으로써 2중의 성찰을 유도한다. 경찰에 의해 자행된 폭력과 경찰에 대항하기 위해 행사된 폭력을 나란히 보게 함으로써 이미지와 논평이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끌어낸다.
 

영화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곱씹게 되는 질문이 있다. 오늘날 국가에 의해 독점되는 것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권리 뿐인가? 팬데믹이 초래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전례 없는 강조, 비(非) 자발적으로 존속되어 온 2년의 억류 생활, 안전한 삶에 대한 대중의 강박, 전체주의적 통제의 일상화는 통제당하지 않는 권력의 구조 아래에서 어떤 위험이 도사릴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커지면서 시민이 주도하는 집단행동에 대해 더 폭력적인 진압이 용인되거나 애초에 금지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민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국가의 간섭에 저항하는 반동적 폭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상의 의제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가 보여주는 미덕은 저널리즘적인 균형감각이다. 현장 푸티지들과 공평한 비중을 가진 논평과 분석, 격분, 토론, 전망을 적절히 배분하는 이 영화의 구성 전략은 다양한 각도에서 경찰 폭력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에 접근한다. 시위대, 철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경찰은 감정과 지성에 강하게 호소하는 클립들에 상이하게 반응하고 그들의 다른 직업과 인식은 경찰과 시위대의 행태, 폭력의 합법성에 대한 신념의 충돌로 이어진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걸러지는 담론 형성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과 일치하는 것에 대해서만 보고 들으려 하는 편향을 낳았다. 이러한 확증편향의 오류를 초월하기 위해 상황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놓음으로써 뒤프렌느는 관객들이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 지시하기보다 자신의 견해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하물며 우리에겐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아나키즘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 모노폴리 오브 바이올런스>는 민주주의가 의견이 일치가 아니라 불화의 체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유익한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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