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중에 가장 먹음직스러운 고기는 무엇일까? 베고 자도 될 만큼 두툼한 사이즈의 티본 스테이크나 입에 넣는 순간 녹는 부드러운 양념갈비… 세상에 맛난 고기들은 많지만, 세상에서 가장 먹음직스러운 고기는 바로 망가니쿠(マンガ肉)가 아닐까 한다. 망가니쿠가 어느 종의 어느 부위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풀이해 드리자면, 망가니쿠는 ‘만화 고기’라는 뜻의 합성어로 만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식용고기를 의미한다.
이런 신조어가 생긴 것을 보니, 만화 속 요리들을 보며 군침을 흘렸던 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다. (짱구네 가족이 아침식사를 하면 묘하게 배고파졌던 게 내가 식탐이 많거나 오타쿠여서가 아니라고요! 뭐, 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애니메이션 속 음식들은 더 맛있어 보이는 걸까? 여기에는 멋대로 추측한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첫 번째,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재료적, 조리적 특성을 더욱 극대화하여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 속 고기들은 육즙을 잔뜩 머금어 윤기도 자르르 흐르고, 뜯어먹을 때는 육질이 쫄깃하다 못해, 거의 찹쌀떡 수준으로 탄력적이다. 계란 후라이라도 할까 해서 달걀을 탁! 깨뜨리면, 흰자와 노른자는 마치 90년대 라텍스 장난감 만득이 마냥 탱글탱글해서, 이리 흐를 듯 저리 흐를 듯 덩어리를 유지한 채 프라이팬 위에서 춤춘다. 푸딩들은 수분크림CF의 CG 처리된 여배우들의 피부처럼 반짝반짝 탱탱하다. 메론빵을 가르면 안에 갇혀있던 황금빛 크림들이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한 채 무한대로 쏟아져 나오고, 피자의 치즈는 원피스 루피의 피부처럼 한계 없이 늘어난다. 이러니, 현실 속 요리들이 어디 명함을 내밀 수나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다.
두 번째, 등장인물들의 갖은 오버액션이 자연스럽게 허용된다. 실사 영화에서는 연기파 배우가 나온다고 해도(예를 들면
하정우 같은), 연기 범위가 손과 표정, 넓게는 어깨정도까지로 한정되고, 표정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정말로 맛있게 먹는 표현을 하고 싶다고 해도, 온몸을 연기하며 먹는다거나, 지나치게 과장한 표정으로 먹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나는 연기욕심이 많은 배우가 맛있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울상을 넘어 표정을 마구 일그러뜨리고 과장된 몸짓으로 먹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식욕이 조금 떨어지기까지 한다. 청개구리 심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저렇게까지 먹을 일인가, 하며 짐짓 거만하게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체면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굶주린 느낌을 표현하고자 입에 마구 묻히거나 옷과 바닥에 음식물을 떨어뜨리며 먹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걸 볼 때는 배우가 연기를 하며 무척 찝찝하겠다거나, NG가 나면 다시 깨끗이 정리하고 촬영해야 했을 텐데…하며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라면 걱정 없다. 마구 흘리든, 목젖이 보일 때까지 입을 벌리든, 식사예절은 무시하고 있는 대로 쩝쩝 소리를 내며 먹든, 씹을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고기 육즙이 입 밖으로 마구 뿜어져 나오든 잡념이 마음을 괴롭힐 걱정 없이 오로지 먹는 장면에만 몰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