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케이션 김덕중, 2019

by.권진경(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2020-11-24조회 1,418
에듀케이션 스틸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둔 성희는 장애인 활동지원 아르바이트 활동 중 허리를 다치게 되고, 어떠한 산재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이용자로부터 해고당하게 된다. 학자금 대출, 생활비, 치료비 및 스페인 출국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성희는 활동보조센터 담당자에게 산재 처리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일이 많지 않은 새로운 이용자 배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후 하루 종일 의식 없이 누워만 있는 중증 장애인을 새 이용자로 배정받은 성희는 별 일 없이 업무시간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지만, 성희의 형식적인 업무 수행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용자의 아들 현목과 갈등에 놓인다. 

다른 일자리에서 비해서 비교적 높은 시급을 받고 있지만, 고용 불안정과 이용자의 부당한 업무지시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수급비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보통의 삶을 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장애인 가족의 빈곤과 결핍. 이들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에듀케이션>(김덕중, 2019)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복지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로만 정의하기에는 여러 함의들이 내포되어 있다. 걷기 어려울 정도로 허리를 심하게 다쳤음에도 일을 쉴 수 없는 성희에게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대학 졸업을 위한 실습 시간을 채워야하는 아르바이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성희가 직업의식이나 장애인 운동에 관한 사명감 없이 오로지 졸업을 위한 수단 겸 시급 높은 생계 수단으로만 활동지원 노동을 생각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성희에게 깊은 정서적 유대와 감정 노동을 원하는 현목과 이를 거부하는 성희 이 둘 중 누가 더 잘못했다고 명확히 판단하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불협화음을 내다가 기어코 파열로 끝나는 <에듀케이션> 인물들은 신체적·정신적 한계로 인해 자유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는 현목 엄마를 제외하곤 자신의 입장만 앞세우는 경향이 크다. 가령 활동지원사의 시급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이유로 가사노동과 친밀감을 요구하는 현목에게 성희는 “(활동지원사가) 가사도우미, 파출부는 아니다.” 식으로 맞서는 설정이 몇 번 등장하는데 상시 업무 외 업무를 강요받는 활동지원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 및 고용 불안정을 생각하면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아직 정서적 돌봄과 지지가 필요한 미성년자 현목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는 성희가 야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용자(혹은 이용자 가족)와 활동지원사간의 과도한 친밀감과 그로 인해 형성된 공고한 관계는 활동지원 노동 현장에서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오히려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자립을 방해한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다.1) 그렇다고 성희와 같은 활동지원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려드는 중증 장애인과 그(녀)의 가족들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무조건 근절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일상에 끼어들고 싶지 않는 활동지원사 성희와 그녀에게 정서적 유대와 친밀감을 간절히 원하는 장애인 이용자 가족 현목. 허나 <에듀케이션> 속 성희와 현목의 갈등은 두 개인의 갈등 혹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이용자 (가족) 간의 문제를 넘어 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만으로는 장애인(가족)의 자립과 사회 활동 참여 증진이 어려운 현실과 맞물린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밤낮없이 일해서 겨우 최저생계비를 면할 정도의 수입으로 먹고 살아야하는 성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 도시 노동자의 비애를 대변한다.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시험 준비를 포기한 이후 스페인 이주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성희의 일상은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막연하게라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성희와 달리 중증 장애인의 보호자라는 이유로 많은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현목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자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현목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는 있지만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성희와 자칫 잘못하면 엄마는 물론 스스로에게까지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현목의 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실패한 성희와 현목은 우려했던 대로 파국을 맞는다. 
 

영화 <에듀케이션>은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전면으로 제기하기보다 복지 정책에서 완전히 소외된 청년 간의 갈등에 더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자기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로 규정하고 이기적인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바쁜 성희와 자신의 미숙한 언행을 돌아볼 여력조차 갖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리는 현목. 승패 없이 서로에게 자괴감과 모멸감만 남기는 이들의 다툼은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각자의 불행을 이유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울 뿐 정작 타인에 대해서는 몰이해로 일관했던 성희와 현목의 갈등을 극대화시키면서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과연 영화가 보여준 엔딩은 절망과 분노 밖에 남지 않은 혼돈의 끝인가 아니면 미약하게나마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 시작으로 볼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 까봐 더 이상 언급할 수 없지만, 단언컨대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문제적 엔딩이다. 

1) <‘활동보조 갈등’을 바라보는 3인 3색 시각들>, 에이블뉴스,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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