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 이조훈, 2020

by.주현숙(독립다큐멘터리 감독) 2020-09-04조회 419
광주비디오 스틸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이조훈, 2020)은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을 담은 ‘광주비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80년 광주에 대해 한국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대학가와 성당에서 비밀리에 상영했던 ‘광주비디오’ 덕분에 사람들은 조금씩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광주비디오’가 하나의 버전이 아니었다. 

영화는 다양한 버전의 ‘광주비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쫓는다. 카메라 앞에 앉은 사람은 이제 중년이 되고 초로의 노인이 되었다. 40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눈빛은 하나 같이 그때 그 시간에 가있다. 그 눈빛과 함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현이 되어 관객을 그 시간으로 데려가 준다. 당시는 비디오를 만들고 복사하고 보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이 목숨을 내놓아야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팩트를 따라 움직이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은 기억과 기록 그리고 시간이 투쟁하는 장이다.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통해 비디오를 제작하던 과정과 그 시기를 따라가지만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주인공들이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담보하면서 까지 그렇게 했는지 묻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인공들의 목소리, 숨소리, 눈빛, 그리고 그들이 서 있는 공간, 그들이 기억을 더듬는 모습 자체로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 답해 준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은 어느 한순간에 닿아 있다. 광주에서 최초로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던 순간. 감독은 다양한 버전의 ‘광주비디오’와 기록물 속에서 발포하던 순간에 대한 기록을 쫓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발포된 순간에 대한 기록은 없다. 사라진 4시간. 여전히 광주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록의 부재는 존재의 근거가 된다. 기록은 기억을 촉발하기도 하고 확장시키기도 또 기억을 나누어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진력으로 덮고 누군가는 애써 찾는다. 하지만 진실은 감출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에 시간은 피해자의 편이 된다.    
 
     
영화는 흥미롭게도 전두환씨가 89년 12월 31일 5공비리특별위원회 출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과연 광주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던 시간, 전두환씨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증인선서도 없이 자신이 준비한 ‘자위권 발동이 가능했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고 자리를 떠난다. 가해자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한 번 더 등장한다. 전두환씨가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에 출두하고 나오는 장면이다. 이제 가해자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반성이 없는 자리에 거짓이 들어찬다. 반성을 위해서라도 기록은 필요할 수 있다. 감추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투쟁은 언제나 치열하기에 최근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조사위원회는 공식적으로 10번째 조사기구다. 

영화는 마침내 찾아낸 도청 옥상에 있던 기자에게 당시 발포 사진이 있는 지 묻는다. 하지만 그는 확인할 수가 없다고 답한다. 사진을 더 찍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가지의 아쉬움 한숨 속에서 우리는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가 주인공들에게 무슨 마음으로 그런 일을 했는지 묻지 않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형형하게 보여줬던 것처럼, 광주항쟁 기록의 사라진 4시간을 찾아 떠나는 외향을 갖추었지만 광주민중항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4시간은 존재하고 가해자의 기록이 아닌 피해자의 기억으로 진실은 구성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부터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은 또 다른 ‘광주비디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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