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손원평, 2019

by.송경원(씨네21 기자) 2020-07-28조회 1089
침입자 스틸
문득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낯설어져서 무서워질 수도 있고, 식상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색다르게 재배열 되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20년 상반기 한국영화 중에 <침입자>(2019)를 마주한다는 건 단순히 텍스트를 분석하거나 장르적인 성취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릴러에 기반을 둔 장르의 연장선에서 볼 때 <침입자>는 명백히 관객의 기대를 배신한다. 설정도 흥미롭고,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클리셰들이 꽤 많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후반부의 전개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해 중반까지는 나름 긴장감을 유지해 가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 급격히 무너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정부분 동의 한다. <침입자>는 혼란스럽다. 마땅히 설명되어야 할 것들을 미뤄둔 채 모호하게 남겨져 방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전반에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긴장감은 후반부 작위와 우연의 남발로 씻은 듯이 사라지고 끝내 엉뚱한 길로 접어든다는 인상을 남긴다. 장르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러 방향에서 이야기 될 요소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침입자>를 실패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과잉과 오해의 서사 때문이다. 우선 과잉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잔가지가 지나치게 많다.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긴장감, 가족의 의미와 익숙한 것들이 주는 공포,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기억과 공간의 관계등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해내지 못했다.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는 건 오해에 관한 부분이다. <침입자>의 콘셉트는 한 줄로 정리된다. ‘내 가족 안으로 낯선 존재가 침입해 들어와 나를 밀어낸다.’ 영화의 전반부는 홈 인베이젼 장르의 길을 충실하게 따른다. 안전해야 할 공간, 집과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긴장과 공포가 피어난다. 철저히 서진(김무열)의 시점에서 쌓아나가는 서스펜스는 제법 효과적이다. 하지만 ‘유진이 친동생인가 아닌가’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던 영화는 어떤 상황을 기점으로 ‘유진이 왜 이 집으로 들어왔나’로 질문 자체를 선회 한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오컬트의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터닝포인트가 상당히 급작스럽고 논리적인 공백들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손원평 감독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거나 설득시키는데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침입자>가 확실히 성취해내는 건 모호한 불안감의 확산이다. 한국사회의 현재를 녹여낸 결과물로서 이 영화는 믿음이 사라진 시대의 불안을 투영한다. 기억과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믿음에 관한 상식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침입자>는 익숙한 레퍼런스로 지은 집이다. <오펀: 천사의 비밀> <요람을 흔드는 손> 등 할리우드 홈 인베이젼 장르부터 <유전>, <미드 소마> 등 아리 에스터의 영화들, <어스>나 <겟 아웃>을 연상시키는 전환과 설정, 심지어 <하녀>나 <화차>와 같은 사회계급 속 여성의 위치를 그린 영화까지 찾고자 하면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합의 결과물은 사뭇 낯설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레퍼런스를 제대로 녹여내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연출력의 부재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낯설고 어색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한 전후반의 전환이, 과장해서 말하자면 관객을 농락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철저히 무너지는 내러티브가 곧 <침입자>가 전하고 싶었던 감각 또는 목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들을 차용하고 뒤섞어 잘 이끌고 가다가 별안간 쌓아올리던 구성을, 비유하자면 레퍼런스라는 집을 송두리째 부숴버리는 것이다. 인물들이, 이야기가, 그리고 장르라는 패턴이 믿었던 것들을 해체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감독은 믿음과 진실이 사라진 시대 자체에 대한 불안과 강박을 전체 이야기 구조로 환원시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침입자>는 진실을, 혹은 진실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정보들을 설명하고 나선, 정작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사실로 믿을 수 있게 증명하지 않는다. 진실과 사실의 경계마저 희미해져가는 혼란 혹은 불안.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 여기에 있고,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도 여기에 있다. 때로 어떤 영화들은 어떻게 파헤치고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스스로도 몰랐던 비밀을 들려주기도 한다. <침입자>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의 반응 혹은 부조화가 흥미로운, 문제적 영화다. 우리는 이 영화를 좀 더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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