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다큐멘터리

by.이승민(영화평론가) 2020-03-24조회 1989
<삽질>

<삽질>(김병기, 2018)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개봉하였고, <메이드 인 차이나 – 그날, 바다 SPINOFF#1>(김지영, 2019)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대통령의 7시간>(이상호, 2019)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일명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혹은 무비 저널리즘이 다수 상영되고 있는 셈이다. 탐사보도 형식의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는 몇 해 되었다. <다이빙벨> 시리즈와 <김광석>, <자백>과 <공범자들>, <더 플랜>, <저수지 게임>, <그날, 바다>은 상영 뿐 아니라 개봉을 통한 상영 운동을 한 작품이다. 모두 당대 사회적 현안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실제 불러온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았다. 

최근 부상하는 한국의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방송의 저널리즘과 독립 다큐멘터리의 의외의 만남에서 촉발한다. 한국에서는 방송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른 지지기반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었다. 2010년 전후 언론 탄압으로 인해 방송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PD들을 대거 해고하는 사태에 발생했다. 해고 언론인들은 방송국 밖 인터넷 방송(뉴스타파, 오마이뉴스)과 독립 영화로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상호 감독(<다이빙벨>시리즈)와 최승호 감독(<자백>, <공범자들>이다.   
 
<공범자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주로 저널리스트이자 감독이 은폐되고 부조리한 사건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구성을 취한다. 마이클 무어식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적하는 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감독은 저널리스트로서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고발하고 때때로 고발 대상이 만나주지 않아도 끈질기게 만남을 시도한다. 

이때 화면에 등장한 감독이자 저널리스트는 기존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의 등장과는 결정적으로 차이를 갖는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감독은 대상과의 관계맺음 방식에서 대변자 혹은 함께 경험하는 자라면,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감독은 저널리스트의 정신과 사명감을 형상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비리나 거짓을 폭로하기 위해 악을 끝까지 쫓는 정의로운 인물로, 마치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나 탐정 영화의 화자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경우 관객은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의 행위에 주목하고 그들의 가설과 분노에 동일시하게 된다. 인물의 실패가 예견된 행위들은 극적 긴장과 비판적 웃음을 유발해 공감과 설득을 촉발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건의 진실을 확증할 증거와 증거에 대한 팩트 체크이다. 여기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의 위태로운 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 증거를 파헤치는 과정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거나 검증되지 않은 증거로 사회적 파장을 겨냥한 경우나 혹은 증거의 팩트 자체를 검증하는데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우다. 진실을 쫓는 자와 진실을 둘러싼 주장과 가설은 넘쳐나는데 정작 사건의 실체와 진실은 가려진다. 최악의 경우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사건의 여론몰이 도구로 선정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경우다. 
 

<대통령의 7시간>
 
최근 한국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크게 두 방식으로 진실 논쟁을 추구한다. 둘 다 사건을 추적하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현장과 전문가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한 축은 사건 현장에 초점을 맞춰 발로 뛰면서 몸으로 취재를 하고, 다른 하나는 증거에 초점을 맞춰 사건에 접근하고자 한다. 주로 데이터와 인터넷 정보를 활용한다. 전자는 전통적인 방송의 저널리즘 계보와 궤를 같이 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딴지일보에서부터 인터넷 방송과 팟캐스트와 같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각광받는 저널리즘 형식이다. <자백>, <공범자들>, <삽질>이 전자의 사례로 들 수 있고, 프로젝트 부 시리즈 <더플랜>, <저수지게임>, <그날, 바다>, 그리고 스핀오프로 제작된 <메이드 인 차이나-그날, 바다>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현장 중심이든 데이터 중심이든 사건의 증거를 찾아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는 여러 가설들이 증거와 경합을 하게 된다. 다만 가설은 열린 가설이 되어야 할 것이고 증거는 확증편향이 아닌 다방면의 팩트 체크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이 사건 수사 기관의 수사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 영화가 진실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영화는 왜곡되고 은폐된 사건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진실을 찾아갈 수 있도록 촉매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는 초기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보여준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다. 영화라는 매체 속에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답을 찾아가고 있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염려와 기대가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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