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다녀간 시간으로 떠나는 일 고(故) 김희갑 배우 장남 김성주 님 기증자료

by.고태경(한국영상자료원 카탈로깅팀 인쇄물 카탈로깅 담당) 2019-03-26조회 614
기증자 사진
사진첩을 보며 중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메모하고 있는 기증자

세상에 무언가 나타나고 사라지기까지, 모든 것에는 역사가 담겨 있지 않은가. 나는 주로 영화와 관련된 A부터 Z까지의 역사와 매일 마주한다. 오늘은 내 앞에 쌓여 있는 수많은 사진과 트로피가 증명하는, 어느 배우가 다녀간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몇 주 전이었다. 1950~60년대를 풍미한 배우 고(故) 김희갑 선생님의 영화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자료를 그의 아드님께서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주신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1,000여 점의 사진과 트로피, 상패, 기타 문서 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증자의 자택에 수집 담당자와 함께 방문해 각 자료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자료를 운반하기로 했다. 얼마 후 드디어 출장에 나섰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료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비교적 탄생의 역사가 명확한 트로피나 상패보다는 사진 자료 위주로 당시 상황이나 인물 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었는데, 약 세 시간에 걸친 기증자와의 대화를 통해 때때로 자료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길 반복하던 나는 마치 지도를 얻은 기분이었다. 사실, 수집팀이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카탈로깅팀이 함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수집에서 카탈로깅까지 이어지는 길이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1. 기증된 고(故) 김희갑 배우의 트로피 31점
2. 수집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분류 중인 아미지 및 문헌 자료

<청춘쌍곡선>(한형모, 1956), <오부자>(권영순, 1958),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 <팔도강산>(배석인, 1967) 등의 대표작을 필두로 1980년대 중반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을 웃음 짓게 한 배우 김희갑. 이제 그의 열정과 애정이 담긴 자료를 하나씩 되짚어보며 그가 다녀간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 내게 남았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마치고 나면 고(故) 김희갑 선생님의 인생이 내 마음에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질 것만 같다.

이렇게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해 보존 또는 활용하기 위해 카탈로깅을 거치는 모든 자료에는 역사가 담겨 있고, 카탈로깅팀은 이를 기록하기 위해 매일 자료가 안내하는 시간으로 떠난다. 그 여정이 고단할 때도 있겠지만 결과는 언제나 보람으로 남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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