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현장과 여성 영화인 즐겁게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

by.「영화천국」 편집팀 2019-01-04조회 2,178
인터뷰

예전에 비해 여성 감독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산업 내에서 여성 감독이나 여성 영화인 수는 매우 부족하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구정아 프로듀서, 새롭게 장편영화를 선보인 <어른도감>(2017)의 김인선, <벌새>(2018)의 김보라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산업 내에서 여성으로서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것, 영화라는 꿈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일시 | 2018년 10월 17일(수)
진행 | 심재명 명필름 대표
대담 | 구정아 프로듀서, 김인선 영화감독, 김보라 영화감독
기록 및 정리 | 이아림, 고민주 「영화천국」 편집부
사진 | 권영탕 포토그래퍼

심재명    한국영상자료원 1층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전시 ‘아름다운 생존: 한국여성영화감독 박남옥, 홍은원, 최은희, 황혜미, 이미례, 임순례’가 진행되고 있다. 여섯 명의 여성 영화감독에게 초점을 맞춰 한국영화사에서 고군분투한 여성 영화인을 다루는데, 동명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임순례, 2001)에는 당시까지의 한국 여성 영화인의 역사가 잘 담겨 있다. 그 당시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여성 영화인의 역사를 한번 정리하고 조망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든 작품으로 해외영화제에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20년이 지나 그 작품을 언급하며 젊은 여성 영화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돼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그동안의 여성 영화인의 활동, 젊은 감독들이 장편 데뷔작을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여성이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김인선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을 보면서, 출연하신 선배님들의 말씀에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도 영화를 찍고자 한 선배 영화인들의 열정과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장편 데뷔작 <어른도감>이 지난 8월 개봉했다. 장편 데뷔는 늘 꿈꿔온 일이었기에 행복했고, 제작과 개봉까지의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요즘은 이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영화제에 가면 여성 감독의 비율이 높고 재능 있는 분이 많지만 상업영화에서는 여성 감독 수가 매우 적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어떻게 상업영화와 접점을 찾을지, 계속 영화를 만들면서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김보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너무 공감이 돼서 놀랐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상황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큐에서 한 감독님이, 여성이 살아남으려면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신경 써야 한다’고 하시더라. 현재에도, 여성 영화인들은 남자들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을 많이 신경 써야 한다. 구설에 오르거나, 여성이 일상적으로 하는 감정 노동, 그리고 여성 영화감독들에게는 이 영화가 안되면, 앞으로 이런 소재의 여성영화는 안될 거야, 라는 대표성까지도 부과된다. 여성들이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신경 안 쓰고, 일만 할 수 있게 되면, 훨씬 더 풍성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구정아    나는 한국영화사의 여섯 번째 여성 감독인 임순례 감독님과 올해 <리틀 포레스트>(2018)를 작업해 상반기에 개봉했다. 여섯 번째 감독님이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고 힘이 된다. 심지어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여성의 서사’를 다루면서 다시 한번 성공했다는 게 감독님께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임순례 감독님처럼 경험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노하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럼 용기를 더 낼 수 있을 테니. 나는 그런 감독님과 작업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

심재명 구정아 김인선 김보라
(위쪽 좌로부터) 구정아 프로듀서, 김보라 감독, 김인선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심재명    임순례 감독님은 한국영화 역사에서 상업 장편영화로는 여섯 번째 등장한 여성 감독이다. 다큐 <아름다운 생존>이 2001년작인데, 그해까지 등장한 한국 여성 감독이 고작 10명이라고 한다. 그 다큐를 기획한 여성영화인모임에서는 매해 그해 활발하게 활동한 여성 영화인을 주목하는 자리를 마련해서 시상을 해왔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한 해 주류 상업영화가 40~50편 제작됐는데 어떤 해에는 여성 감독의 영화가 한 편도 없어서 1년에 한 명에게 주는 상마저 줄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는 그간의 성장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 독립영화·다큐멘터리까지 포함하면 여성 감독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도 많이 들려온다. 두 분도 그 주인공인데, 어떻게 작품을 준비하고 완성했는지 궁금하다.

김인선    영화를 공부하기 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많이 봤다.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임순례 감독님의 추천작인 <집시의 시간 Time of the Gypsies>(에밀 쿠스트리차, 1990)을 보았고, 상영 후 진행된 ‘시네토크’ 행사에서 들었던 감독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께서는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할 무렵인 1989년에 <집시의 시간>을 처음 보셨다고 했는데, 그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너무 좋아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셨다고 한다. 89년에 나는 여섯 살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은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느꼈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해오신 감독님이 존경스러웠다.
2013년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해에는 전년도까지 개설돼 있던 PD과가 없어지고 연출 전공의 수가 늘어났다. 이전까지는 연출 전공의 남성 비율이 높았으나, 내 기수부터 남녀 성비가 1:1로 같아졌다.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중, 한 선생님이 나를 불러 PD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여성 감독 수가 현저히 적은 데 비해 좋은 여성 제작자와 PD 수는 많으니 이에 따른 현실적인 충고였으리라. 하지만 한편으론 내게 감독 자질이 없어 보이나 하는 생각에 침울하기도 했다. 그때 임순례 감독님을 떠올렸다. 내게 감독님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견지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롤모델이다.
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에서 <어른도감>을 준비하면서 10개월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을 거쳐 2016년 12월 프로덕션에 돌입했다. 우리 현장은 감독을 비롯해 PD와 조감독 등 헤드 스태프의 여성 비율이 높았고 현장 분위기가 여성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위계나 서열을 만들지 않고 술자리를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소통 방식에 편안함을 느꼈다.

김보라    들으면서 공감되는 게 많다. 이야기를 만들 때는 어떤 환경과 멘토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는데, 그때 학내에서는 “영화를 만들려면 남자 같아져야 한다” “영화 만드는 여자들은 전투적으로 입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복학생 남자 선배가 주도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있다가 유학을 가서, 내 작품을 존중해주는 선생님들과 페미니스트 여성, 남성 동료들을 만났다. 별게 아닌 것 같지만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내 목소리를 온전히 이해받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되더라. 내 작품에는 LGBT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데, 학부 때엔 캐릭터와 관련한 불필요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그런 질문에 시간을 쏟기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토론이 됐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결국 나의 롤모델은 대학원 때 만난 여성 선배들이 됐다. 내가 만들어가는 여정이 단지 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여성 영화인)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알았고,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예를 들어 내 작품은 어린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면 ‘이거 <우리들> (윤가은, 2016) 같은 규모의 영화’라고 말씀하시더라. 누군가 발판을 만들어주었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의도와 상관없이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 다른 여성 영화인이 활동하는 데 좋은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한 셈이다. 그래서 여성 영화인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게 나에게도 큰 힘이 된다.

심재명    롤모델이 된 인물 등 내가 어디서 어떤 시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구정아 PD님은 어떤가.

구정아    다행히 내가 영화를 공부할 당시는 여성 제작자들이 한창 활약하던 시기였다. 심재명 대표님이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영화 잡지에서 ‘올해를 빛낸 여성 영화인’으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웃음). 감독님들에 비해서 프로듀서는 활발하게 작업한 분도 많았고, 롤모델도 확실히 있었다.
요즘에 프로듀서로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윤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특정 집단이나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존재 기반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스레 그런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를 젠더나 연령 구분 없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어른도감
<어른 도감>(김인선, 2017)

심재명    감독님 두 분은 영화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김보라    저는 좀 오래 걸렸다. 2012년에 (구상을) 시작해서 결국 올해 완성했다. 준비도 잘 되었고 시나리오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내가 정말 장편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나는 여성 영화인이 계속 더 많아져서 다른 여성 영화인이 그림을 좀 더 쉽게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성 영화인의 경우 선배의 스펙트럼도, 그에 따른 선택지도 넓지 않나. 롤모델이 많기 때문에 내가 감독이 된다는 게 허황된 꿈이 아닌 것이다. 한편으론, 이야기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창작자로서 가진 두려움이랄까. 100% 준비돼 있어야만 감독이라 불릴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다른 여성 영화감독님들도 비슷할 것 같다. 과도하게 준비한 상태에서만 스스로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심재명    여성 감독이 남성 감독에 비해 자기 준비나 자기 검열이 심하다. 그게 여성 감독이 띄엄띄엄 영화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선 어떤 기회를 얻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영화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감독을 하고자 하는 예비 여성 영화인들에게 ‘현실적인 기회를 많이 노리라’고 말한다. 연출부 경험을 하더라도 좀 더 큰 현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다르지 않나. 작품의 완성도, 시나리오의 진정성, 주제 의식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판단력을 유연하게 갖는 게 여성 감독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순례 감독님은 10편이 넘는 영화를 감독 혹은 제작하셨는데 한국 여성 감독으로는 유일하다. 영화의 출발부터 현재까지 독립다큐 빼고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 수는 100명이 안 되고 작품 활동도 많아야 3~4편에서 끝났다. 차기작까지 극단적으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데 남자 감독들은 지속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 않나. 임순례 감독님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으로 상업적인 감각을 보여줬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 같은 영화를 하는가 하면, <남쪽으로 튀어>(2012)나 <제보자>(2014)처럼 남성 감독이 연출할 법한 영화도 했다. ‘이것도 할 수 있다’라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실현하는 점에서 한국의 여성 감독으로서는 정말 독보적이다.
최근에 이언희 감독이 <탐정: 리턴즈>(2018)를 제안받고 연출한 것도 좋은 예다. ‘여성 감독으로서 자신이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고 하셨더라. 그런 유연한 생각이 중요하다. 그렇게 여성 영화인이 10편, 20편 계속 작업하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구정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당히 많은 여성 감독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보고 숫자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퀄리티에 많이 집중한 것 같은데 이제는 양에 더 집중할 때인 것 같다. 호주나 스웨덴에서는 (여성 감독의) 영화 제작편수를 보장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 몇 년만이라도 이런 정책을 시행하며 양을 늘려놓으면 분명히 그로부터 초래되는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질도 중요하지만 질을 저울질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충분한 양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준비하는 영화가 있는데 함께 하고 싶은 감독 리스트를 뽑을 때 충분한 수의 여성 감독 풀이 있다면 ‘이걸 여성 감독과 못 할 이유는 없지’ 하면서 선택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렇게 기회가 생기다 보면 당연히 여성 감독이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도 목도할 수 있고.

김보라    어떤 언어로 영화를 규정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우리들>을 보고 감정의 기폭이 무척 광활하다고 느꼈다. 여성영화를 흔히 ‘작고 섬세한 영화’라고 칭하는데, 그 정의가 안 맞는다고 느낀다. 정말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작은가? ‘섬세하고 작은 영화’라고 환원하는 것은 남성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모두 다른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여성 감독’이란 키워드로 뭉쳐져 이야기된다. ‘여성의 영화’로 포커싱되기보다 저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무엇이 작은 영화인가. 범죄, 전쟁이나 큰 스펙터클을 다루면서, 단선적 캐릭터들과 세계관이 나오는 영화들이 과연 ‘큰 영화’인가. 그런 정의가 좀 더 달라져야 한다.

심재명    올해 ‘미투’ 이슈로 문화계 전반이 각성하는 계기를 맞았다. 영화계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다. 여성이 만드는 영화가 저평가된 느낌이 없지 않은데 이에 대한 존재 증명이라든지, 기존 작품에 대한 재해석이나 발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인선    예전에 열광했던 문학이나 영화를 다시 볼 때, 전에는 몰랐던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여성 혐오 및 소수자 혐오적인 시선이 그렇다. 사회 변화로 말미암아 내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더욱 더 공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구정아    영화적으로 도전할 수 없는 고전이나 규범이 있어왔다. 그런데 지금이 그걸 깰 시기인 것 같다. 많은 감독과 창작자들이 그런 시도를 계속할수록 신선하고 재미있고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크리에이터들에게 조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벌새
<벌새> (김보라, 2018)

심재명    프로듀서와 감독의 관계, 앞으로 영화를 할 때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면 좋겠다.

김인선    감독과 프로듀서는 영화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가장 의지하고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므로, 영화에 대한 지향점이 잘 맞는 분과 일하고 싶다. 현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떻게 대중성과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적으로 많이 부각돼 여성의 서사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나를 비롯한 여성 감독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많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보라    <벌새>를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함께하는 이들의 영화적 지향과 삶의 지향이 나와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존중해주는 이들과 작업한다는 건 무척 중요하다. 내 작품을 처음부터 믿어준 회사와 배급 계약을 했다. 그 회사가 이 작품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게 느껴져서였다. 정말 이 영화를 좋아해줄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후속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데 그 가운데 SF가 한 작품 있다. 장르가 SF면 결국 규모가 좀 커질 텐데, 그러한 영화를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창작자로서의 도전이고, 여성 감독을 규정하는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여성의 언어로 만드는 장르영화가 더 많이 나오고, 그래서 그 장르의 정의도 유연해지면 좋겠다.

구정아    예전에는 현장에서 성희롱이나 물리적 폭력이 있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도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그런 폭력을 덮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자의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창작자는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 들어 더욱 영화 만드는 ‘과정’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심재명    영화는 한두 달로 끝나는 게 아니니 가능하면 신뢰하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 능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영화산업 안에서 여성 영화인의 입지, 저변 확대, 네트워킹에 대해, 남성 영화인에 비해 책임감 있는 여성 영화인들이 있다. 애써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걸 신진 감독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영화인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자리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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