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행진> 검열서류 해제 검열로 가슴 졸이고, 흥행으로 가슴 뛰고

by.김승경(영화사연구소) 2018-08-13조회 1,742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2월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KMDb(www.kmdb.or.kr)를 전면 개편하면서 ‘한국영화사료관’ 섹션을 신설했다. ‘한국영화사료관’에서는 기존에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영상자료원과 영화진흥공사 시절의 원문 자료,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중 ‘영화 관련 공문서’ 등을 제공, 영화연구자들과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는 대중이 전문적인 자료에 좀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사료관에서 제공하는 1차 자료와 함께 해제를 곁들여 자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혀가려는 섹션도 마련되었는데, 바로 ‘사료 콘텐츠’ 섹션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주요한 영화인과 사건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이미지로 본 한국영화사’ 코너와 기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영화 검열 서류를 원문과 함께 소개하는 코너인 ‘검열자료로 본 한국영화’가 있다.
이번 호를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사료관 이야기’는 ‘검열자료로 본 한국영화’ 코너에 소개된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1975)이다.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과 함께 1970년대 청춘영화를 대표하는 이 작품은 시나리오 검열 때부터 ‘전면개작 통보’를 받았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 번에 걸쳐 본편 검열을 받아 30분 이상이 잘려나가고, 문공부에서 개봉 전날(5월 30일)까지 검열합격증을 내주지 않는 등 제작사 입장에서는 가장 가슴 졸인 작품으로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반면에 흥행 50일 만에 서울 관객 18만 명을 동원, 당해 연도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청춘영화 붐을 일으켜 주인공 병태의 이름을 딴 속편 <병태와 영자>(하길종, 1975)와 <병태의 감격시대>(이두용, 1975) 같은 아류작도 다수 제작되었다. 또 1975년 상반기 우수영화에 선정되었고 12월에는 이 영화의 삽입곡인 ‘왜 불러’와 ‘고래사냥’이 금지곡으로 선정되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다.
<바보들의 행진> 검열 자료와 해제를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시대의 모순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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