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인 1세대, 이경손 감독 자녀 일행 방문

by.정연주(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 2013-07-10조회 1,180

지난 6월 7일, 영상자료원에 예상치 못한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영화인 1세대이자 한국에서 최초로 개인 커피숍(카카듀)을 차렸던 조선시대 모던보이 이경손 감독의 직계후손들이 아버지의 족적을 찾다 자료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제 때 상해로 건너가 영화 활동을 한 상해망명파 영화인인 이경손 감독은 상해로도 마수를 뻗친 일본제국 때문에 다시 태국으로 망명, 이후 다시는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이경손 감독의 네 자녀는 모두 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 딸 둘과 그 배우자들이 이번에 자료원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에게서 들은 이경손 감독의 태국 생활은 한국 초기 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서가 아닌 일제치하에서 고통 받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망명자로서의 안타까운 삶이었다.

이경손 감독은 태국으로 건너가 생계를 위해 영어교사를 하기도 했고 목재상 등의 각종 사업을 했다. 딸들이 기억하는 아버지 이경손 감독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의 4개 국어를 하는 언어의 귀재에, 좋은 문학 작품을 자식들에게 권하고 시간이 나면 타이프라이터로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멋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경손 감독이 작고한 후, 뒤늦게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들의 아버지가 영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손들은 아버지의 작품이 남아 있을까 싶어 자료원을 찾았다. 그러나 자료원으로서는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드릴 수 없었다. 도리어 방문한 두 딸이 이경손 감독과 가족의 사진을 자료원에 기증했고, 태국 집에 남아 있는 책이나 원고 등 개인적인 물품을 정리가 되는대로 자료원에 기증하겠다고 했다.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이경손 감독의 영화가 어딘가에서 발굴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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