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Here Winter 이규태, 2017

by.장형윤(애니메이션 감독) 2018-02-13조회 1,173
Here Winter 이미지

2017년 인디애니페스트 대상인 인디의 별은 이규태 작가의 최신작인 <Here Winter>가 수상했다. 나는 그의 첫 애니메이션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졸업작품, 러닝타임 8분짜리 단편 <돌아보다>(2008)부터 영화제에서 볼 수 있었는데 첫 작품부터 연출과 작화가 뛰어난 작품으로 유명했다. 이후 그는 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그 중 <더 빅보이>(2013, 6분), <Each Other>(2014, 6분), <Here Winter>(2017, 6분) 등이 주요 작품이다.

이규태 작가에게는 특히 ‘작가’라는 호칭이 어울리는데 그것은 그가 일러스트 작가로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이규태는 인상파라고 할 수 있다. 색연필로 빛을 구현하는 그의 작품들은 삶의 어떤 인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듯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색연필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색연필을 잘 쓰는 작가라고도 말한다.

한결같은 일러스트 작업에 비해 애니메이션 작업은 작지만 착실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야기 구조에서, <돌아보다>와 <더 빅보이>까지는 확실하고 명확하지만 <Each Other>와 <Here Winter>쯤 가면 모호해진다. 작품은 인과 관계에서 설명이 생략된 좀 더 시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실험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전통적인 실험 애니메이션이 주로 음악을 기준으로 영상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Here Winter>도 반쯤은 음악을 영상 전개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히 실험 애니메이션으로 기울지 않는 것은 이규태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생긴 느낌부터 이중적인데, 뭐랄까... 포동포동한 귀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그 안에 안쓰러움과 슬픔, 아련함 등이 공존한다. 

이규태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언제나 사실 안쓰럽다. 괴물을 잡기 위해 전 인생을 보내고 나서야 소중한 사람을 깨닫게 되는 <돌아보다>의 사냥꾼 남자나 여린 마음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더 빅보이>의 거인, 그리고 <Each Other>의 소년까지. 이 사람들은 어찌할 수 없이 가여운 사람들이다. 게다가 감독은 해피엔딩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 캐릭터의 성질은 이규태 작품을 관객들이 쉽게 즐기게 해주는 장치가 된다. 생각해 보니 그런 장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음악이다. 이규태의 모든 작품의 음악을 만든 신현모의 음악은 이번에도 아련하고 캐릭터에 빠지게 되는 좋은 울림을 만들었다.

애니메이터로서 이규태의 재능은 무척 뛰어나다. 형태를 변화하면서 주인공이 달리는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Each Other>의 마지막 장면은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도 보여준다. 형태를 무조건 변화시킨다고 그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규태는 인물의 움직이나 동물, 자연의 움직임을 묘사하는데도 뛰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추상의 움직임에서도 생명체의 느낌을 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컷과 연출은 어울리지 않는 두 컷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동시에 음악적인 템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규태 작가의 최근 작품의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광경을 즐기듯이, 그의 작품을 보고 즐기면 된다. 아름답고 따듯한 이미지와 아련한 음악의 조화.  <Here Winter>는 작품에 나오는 눈처럼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아래의 작가의 공식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kokooma.tumblr.com/
https://www.instagram.com/koko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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