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나이트(데카메론 야화)

영화 해제

현재통용제명: 데카메론 나이트
수입개봉명: 데카메론 야화
원제: Decameron Nights
제작년도: 1953
제작사: RKO 라디오 픽쳐스(RKO Radio Pictures) / 미국
감독: 휴고 프레고네즈(Hugo Fregonese)
출연진: 조안 폰테인(Joan Fontaine), 루이 주르당(Louis Jourdan), 갓프리 티얼(Godfrey Tearle)
수입사: 세기상사
개봉극장: 단성사
개봉일: 1955. 07. 22.


전단지 구성 및 특이사항 
1면에는 노란색 단색조 바탕에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의 단색으로 인쇄한 영화의 스틸컷과 영화의 제목을 눈에 띄게 배치했다. 당대의 일반적인 전단지와는 달리 영화를 소개하는 홍보문구나 주연 및 감독 소개 등이 거의 쓰여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2면과 3면에서는 영화 제작에 얽힌 해설과 주연 배우들의 약전, 줄거리 요약을 비롯해 영화의 원작이 되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관련된 해설까지 매우 빼곡하게 전체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데카메론>을 소개함에 있어 "서양 호색담으로서 널리 이 방면의 호사가들에게 알려진" 작품이라고 반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고,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근래의 외화 가운데서 새로운 흥미를 끄는 호색 엽기 대작"이라고 소개하는 것 역시 이채롭다. 영화 해설과 4면 하단부 등등에서 이 영화의 제작 뒷 이야기, 특히 스페인에서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제 4면에는 당시 세기영화사의 배급으로 개봉 예정이었던 <미시시피의 도박사 The Mississippi Gambler>와 <제2의 찬스 Second Chance>를 알리는 신문광고 형태의 소형 개봉예정작 광고가 들어있다.

줄거리 
이 영화는 당시 주류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하지 않았던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마다 주연 배우들이 제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액자 이야기는 <데카메론>의 저자이자 인기있는 이야기꾼인 조반니 보카치오 (루이 주르당 분)가 역병과 전란을 피해 고향인 피렌체를 떠나 시골의 한 저택을 찾았다가, 이전부터 열렬히 구애하고 있던 젊은 미망인 피아메타 (조안 폰테인 분)과 그녀의 친구들이 이 저택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보카치오의 구애를 부담스러워하는 피아메타는 보카치오가 얼른 이 저택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길 바라지만, 허겁지겁 피렌체를 떠난데다 자기들끼리만 있는 것에 지치고 지루해진 그녀의 친구들은 보카치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그가 계속 남아서 이야기를 들려주길 간청한다. 이에 보카치오는 피아메타의 주의를 끌고 다른 여자들의 관심도 끌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해적 파가니노의 전설>. 젋고 우아한 숙녀인 바르톨로메아(폰테인)는 부유하지만 나이가 많고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남편 리치아르도(갓프리 티얼)와의 결혼 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리치아르도는 점성술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데, 어느 날 그는 별점을 쳐보고는 그 날이 낚시에 운이 좋은 날이라며 바르톨로메아를 데리고 배를 탄다. 그러나 그들이 탄 배는 해적 파가니노 (주르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바르톨로메아의 미모에 반한 파가니노는, 마요르카에서 바르톨로메아를 제외한 모든 인질을 풀어주고서는 리치아르도에게 금화로 5만 플로린의 몸값을 내지 않으면 바르톨로메아를 풀어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리치아르도가 마침내 5만 플로린을 마련해왔을 때, 바르톨로메아는 이미 해적과 사랑에 빠져 리치아르도를 생판 본 적도 없는 사람처럼 여긴다. 격분한 리치아르도는 마요르카의 판관 (엘리엇 메이컴 분)에게 가서 송사를 벌이지만, 리치아르도가 바르톨로메아에 대한 간단한 질문조차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고 만다. 마요르카의 판관은 리치아르도에게 거짓 송사를 벌린 죄로 5만 플로린의 벌금을 또 내게 하고, 해적질을 그만 둔 파가니노와 바르톨로메아는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 이 이야기를 들은 피아메타는 이 이야기는 너무 부도덕하다면서, 대신 자기가 잘 아는 도덕적인 이야기를 대신 보카치오와 친구들에게 들려주겠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정조를 건 내기>. 한량 쥴리오(주르당)는 늙은 상인 바나보(티얼)에게 찾아가 그의 젊은 아내 지네르바를 한 달 안에 유혹하는 데 성공하고 그 “증거” 세 가지를 가지고 오면 큰 돈을 받기로 하는 내기를 걸게 된다. 그날 밤으로 쥴리오는 지네르바의 하녀 네리나를 돈으로 매수해 한밤중에 지네르바의 침실에 숨어 들어간다. 지네르바가 깊은 잠에 빠진 사이, 쥴리오는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로켓을 훔치고, 머리카락 한 웅큼을 자른 다음, 그녀의 어깻죽지에 있는 모반(母斑)을 확인한 뒤 침실을 빠져나온다. 다음날 아침 바나보를 찾아간 쥴리오는 이 세 가지의 “증거”를 내놓고, 바나보는 별수 없이 내기한 대로 큰 돈을 쥴리오에게 주지만, 모욕을 당한 것에 격분한 나머지 두 명의 자객을 따로 고용해 아내를 처치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자객들은 지네르바가 자신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오히려 지네르바가 잘 도망갈 수 있도록 한다. 지네르바는 남자로 위장하고 상선의 선원이 된다. 그러다 그녀가 탄 상선이 동방의 술탄에게 물건을 팔러 갔을 때, 술탄은 지네르바의 말하는 앵무새에 매료되어 새를 가질 수 있다면 상선의 모든 물건을 사겠다고 한다. 지네르바는 앵무새가 자기의 말만 듣기 때문에 자기도 역시 고용해줘야 한다고 술탄에게 요구하고, 술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결국 지네르바는 술탄의 시종이 되어 한동안 부유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 남장을 하고 돌아갔다가 저잣거리에서 쥴리오를 만난 지네르바는 그가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로켓을 갖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라, 쥴리오에게 이 로켓이 어디서 났는지를 묻는다. 지네르바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쥴리오는 그녀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떠벌리게 되고, 그제야 지네르바는 남편이 왜 자기를 갑자기 죽이려고 했는지 알게 된다. 지네르바는 술탄에게 간청해 전 남편 바나보와 쥴리오를 동시에 저녁 잔치에 초대해 달라고 부탁한 뒤, 남장을 벗고 여자의 옷으로 갈아 입은 뒤 만찬에 나온다. 바나보는 지네르바를 바로 알아보지만, 쥴리오는 지네르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결국 그의 거짓말이 들통난다. 오해가 풀린 바나보는 지네르바를 다시 아내로 맞아들인다. 이 이야기를 들은 보카치오는 이 이야기가 별로 재미가 없다면서 또 다시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마지막 이야기는 <의사의 딸 이야기>. 스페인 귀족인 한량 돈 베르트랑도(주르당)는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임금(휴 모튼 분)의 명령을 받고 의술이 뛰어난 의사를 모셔오러 간다. 그러나 의사는 오히려 임금의 병에는 자신 대신 자기의 딸로 똑같이 의술이 뛰어난 이자벨라(폰테인)를 데려가는 것이 좋다고 설득하고, 베르트랑도는 이자벨라를 데리고 임금에게 돌아간다. 그 와중에 두 명의 노상강도가 이들을 습격하지만 베르트랑도는 이들을 간단히 물리치고, 이자벨라는 베르트랑도의 늠름한 모습에 매혹된다. 이자벨라의 치료를 받아 왕은 완쾌하게 되고, 왕은 이자벨라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한다. 이자벨라는 베르트랑도를 남편으로 삼고 싶다고 말하고, 왕은 베르트랑도를 불러 이자벨라와 결혼하기를 명한다. 그러나 천생 난봉꾼인 베르트랑도는 이를 영 내켜하지 않고, 결국 결혼 첫날 밤에 이자벨라를 내치고 떠나 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얻고, 자신의 아이를 낳는 경우에만 이자벨라를 거둬들이겠다고 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벨라는 베르트랑도가 여관 주인의 딸 마리아를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에 마리아와 이야기를 해서 한 가지 계략을 꾸민다. 마리아로 하여금 베르트랑도와의 밀회를 주선하도록 하고, 완전히 깜깜한 여관 방에서 자신이 마리아를 대신해 베르트랑도와 동침하기로 한 것이다. 베르트랑도는 이자벨라의 계획에 그대로 걸려들고, 베르트랑도가 지쳐 잠든 동안 이자벨라는 베르트랑도의 손에서 반지를 훔쳐 달아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자벨라는 아들을 낳는다. 이 소식을 들은 베르트랑도는 이자벨라가 자기가 없는 사이 간통을 저질렀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정식으로 내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자벨라가 그의 반지를 내놓으면서 그 날 밤의 정황을 전부 이야기하자 베르트랑도는 자신이 속았음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뒤 그녀를 받아들인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피아메타는 보카치오가 여전히 너무 부도덕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비판하고, 풀죽은 보카치오는 결국 포기하고 저택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나가려 하는 순간 보카치오는 마지막으로 피아메타에게 키스를 하겠다고 하며 피아메타를 안고 진한 키스를 한다. 처음에는 저항하던 피아메타는 결국 보카치오의 구애에 응해 진한 키스로 답하는 것이었다. (출처: IMDB)


NOTE 
이 영화는 당시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평단의 반응도 싸늘했으나, 오히려 해외에서 상당한 흥행을 거두어 이탈리아와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이 전단에서도 강조하듯, 알함브라 궁전을 비롯한 스페인 현지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이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1955년 5월 <경향신문>에서 세 차례에 걸쳐 홍보 기사가 나간 이후, 7월에 단성사에서 개봉해 이후 명동극장, 평화극장, 동화극장에서 재개봉을 거치며 이듬해 1월까지 상영되며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보카치오와 <데카메론>에 대해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던 만큼, 당시의 신문기사나 홍보는 주로 보카치오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임을 강조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석지훈(영화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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