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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특이사항: 전단지 앞면 영화제목 <愛情行路> 위쪽에는 영국의 에딘버러영화제 수상작임을 알리는 ‘에딘바라영화제수상작! 최고낭만명편!’ 이라는 메인카피가 있다. 전단지 아래쪽에는 ‘저멀리 수평선 넘어 사랑의 자유와 안주를 찾어 도망처가는 젊은 연인들의 마음!’이라는 카피를 통해 영화의 감성을 전하고 있다. 전단지의 뒷면 위쪽에는 ‘이처럼 격렬한 연애를 할 수 있을가?! 고, 보는 사람의 마음이 정화되고 감명케 하는 명화!’라는 카피와 함께 해설과 줄거리, 오딜레 벨소와(Odile Versois), 데이빗 나이트(David Knight)의 이력을 소개하고 있다. 

줄거리: 어느날 밤 런던 코벤트 가든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보러 간 테드와 안나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드는 미정보국 소속의 요원이었고, 안나는 동구권 작은 국가의 대사 딸이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첨예했던 시기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테드의 방에서 미정보국이라 씌어있는 가방을 본 안나는 테드의 신분을 알아차렸지만 둘 사이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시간 양국의 기관은 둘 사이를 의심하고, 집에 돌아온 안나는 완강한 아버지 앞에서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 테드는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있는 안나를 보게 되고, 그날 밤 안나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의 시를 속삭인다. 이 전화를 도청하던 미 정보국에 의해 테드는 의심을 받고, 안나의 아버지는 안나의 임신 사실을 알고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한다. 테드의 사랑을 확신한 안나는 아버지에게 ‘죄는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테드와 함께 배를 타고 떠난다.  

NOTE: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오딜레 벨소와(Odile Versois), 데이빗 나이트(David Knight)는 1950년대 후반 당시 우리나라에는 낯선 배우였다. 안나 역의 오딜레 벨소와는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프랑스의 유명한 스타지만 그녀의 작품이 한국에 개봉된 적은 없었고, 테드 역의 데이빗 나이트는 영국 왕립연극학교 출신으로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의 상대역으로 발탁되었으나 돌연 윌리엄 홀덴으로 교체된 비운의 배우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안소니 애스퀴스로 <피그말리온 Pygmalion>(1938), <브라우닝 버전>(The Browning Version, 1951), <비잉 어네스트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1952) 등의 문제작을 연출한 감독이지만 이 영화들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지 않았다. 영화의 스탭으로 시나리오 작가 노엘 코워드(Sir Noël Peirce Coward)와 감독 데이비드 린(David Lean) 촬영감독 로널드 님(Ronald Neame)과 함께 씨네길드라는 프로덕션을 창립하여 활동한 안소니 헤이블록 앨런 (Anthony Havelock-Allan)이 참여했다. 영화 전편에는 영국의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베자민 프랑켈(Benjamin Frankel)이 편곡하여 지휘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배경 음악으로 흐른다.

김승경(영화사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