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이전 조선・한국 관련 기록영상 컬렉션

1950년 이전 조선・한국의 시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 한국영상자료원 기록영상컬렉션

이 컬렉션에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대 초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한국전쟁 이전까지 한반도를 촬영한 기록영상 113편(1945년 이전 기록영상 53편 및 해방 이후 영상 6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35년 간 전 세계 10개국 30개처로부터 발굴, 수집한 기록영상자료를 집대성한 첫 컬렉션으로서, 수록된 영상의 대부분은 외국인이 개인 소장부터 선전, 홍보까지 다양한 이유로 조선인에 대한 인상, 생활상, 민속문화, 자연 경관, 도시 풍경의 변화 등을 기록한 것입니다. 지난 2021년에 한상언 영화연구소의 석지훈 연구자가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해제집과 54편의 VOD 서비스가 함께 제공됩니다. 본 컬렉션은 한국영상자료원 아카이브관리시스템(AMS) 정보와 고려대학교 한국 근현대 영상아카이브의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원본 필름자료의 숨겨진 단서들과 다양한 문헌들을 교차 검증하여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아울러 영상마다 키워드와 연관 영상 정보를 함께 수록했고, 집중 분석이 필요한 영상 8편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화 해제를 마련했습니다. VOD로 공개되는 영상 중 8편은 최근에 디지털화한 고화질 버전으로 공개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화질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수동 영사 시대에 기록된 무성 영상은 가급적 적정 영사 속도를 판정, 조정한 버전으로 서비스됩니다.  


기록영상의 중요성과 유의사항

오랜 기간 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은 주옥같은 한국 극영화 필름을 발굴하고 이를 잘 보존, 복원하여 공개하는 일에 주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공개되는 필름 영상들이 많은 이들에게 극장의 추억을 환기시켜 주고 한국영화사 연구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사료가 되었을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영화의 컬렉션이 쌓여 가면서, 우리가 창작물로서 주목하던 ‘영화적 허구’의 영상 속에 그 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버젓이 자리잡고 있던 ‘실제’의 요소들이 서서히 우리의 시선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영화 장면 속의 거리, 건물, 가게, 제품, 흘러나오는 노래, 사람들의 복장, 산과 들, 이런 모든 것들이 말해주고 있는 정보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당대 영화 관객에게는 지극히 익숙하고 정서적 공감대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즉, 우리에게는 무심하게 비춰지는 한 장면이 당대 관객에게는 그 어떤 극적 장치보다 더 위력적인 공감과 감동의 매개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영화를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한국영상자료원이 기록영상 필름의 디지털화와 연구를 시작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필름 영상에 박혀 있는 실존의 편린들은 그 작품의 극적 의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전방위적인 연구 분야와 관련 있는 정보와 단서들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신문기사, 잡지, 사진 정도의 자료만으로는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분야라면 관련 기록영상의 존재 여부가 연구의 향방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20년부터 기록영상의 고화질 디지털화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이 점에 주목해 왔고, 기존에 잘못된 공개영상이 연구자의 잘못된 추정으로 이어졌던 사례들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특성에 대한 학제간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무성영화’ 시기의 촬영과 영사는 일반적으로 정속 모터 방식이 아닌 수동 조작으로 이뤄졌습니다. 촬영기사가 촬영하는 속도, 영사기사가 영사하는 속도, 또는 촬영기사와 영사기사의 속도차이를 감안한 감독의 의도적 속도, 이를 상영하는 극장 측의 상업적 고려에 따른 최종 영사속도가 모두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달랐습니다. 사람이 크랭크를 돌렸기에 한 편 내에서도 속도가 변화했고, 같은 작품이라도 볼 때마다 속도가 달랐습니다. 무성영화를 오늘날 상영할 때 적정속도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아키비스트들의 오랜 고민이자 논쟁거리였습니다. 아예 발성영화 기술표준인 초당 24프레임(24fps)으로 재생하거나 ‘대략 표준속도로 간주되어 왔던’ 16fps로 재생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창작자의 의도와 역사성 모두를 생략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본 컬렉션은 전 세계의 저명한 아키비스트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가급적 많은 무성영화들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최선의 속도’로 조정하여 공개합니다. 이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이슈페이퍼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컬렉션을 참고하실 때 이 점만 유의하시면 됩니다 : “속도를 보정하여 공개되는 영상이라는 안내가 있는 경우, 그 영상의 어떤 움직임도 촬영 시점의 실제 동작 속도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단지, 한국영상자료원이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판정한 속도일 뿐이다”. 

둘째, 초기 무성영화 필름이나 푸티지들에는 화면의 좌우가 반전되어 있는 장면이 종종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필름 편집 과정에서의 실수였을 수도 있지만 촬영자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좌우가 뒤집힌 상태로 이어 붙여진 컷을 원본 필름의 육안 점검만으로 모두 식별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장면 속 정보에 대한 여러 문헌의 교차 검증이 가능한 상태인 경우에 디지털화 단계에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사진이나 엽서 등을 참고하여 화면의 올바른 방향을 고증한 사례도 있으나, 그렇더라도 이미 작업된 영상에 대해 새로운 단서들이 밝혀지면서 뜻밖의 장면이 뒤집혀 있음을 알게 될 때마다 고화질 디지털본을 각종 마스터 자료부터 활용본까지 모두 수정하여 다시 아카이빙한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Archives Korea 1930-1940>인데 계속 좌우 반전 장면이 발견되고 있어서 연구가 어느 정도 충분히 진행된 시점에 일괄 수정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해당 장면마다 자막을 통해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Archives Korea 1930-1940>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록물은 제임스 헨리 모리스(J. H. Morris)가 촬영한 푸티지들의 모음집인 <Archives Korea 1930-1940>입니다. 지난 2020년에 캐나다 유나이티드 처치 아카이브(United Church Archive)로부터 16mm 필름 7릴에 담겨 극적으로 수집됐던 이 영상은 적정 속도(16fps)로 재생했을 경우 장장 5시간 14분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뿐 아니라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희귀한 장면들을 대거 포함한 ‘기록영상의 보물상자’로서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모리스는 전기 기술자, 자동차 사업자, 영화 배급업자, 기독 장로교 내한 선교사들의 조력자이자 정동 일대 외국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종잡을 수 없는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의 기록필름에 담긴 다양한 사건과 풍경들을 보면 이것이 과연 한 사람이 촬영하거나 수집한 푸티지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각각의 소재에 대한 시선도 섬세하고 독특하여, 당대의 외국인이 조선을 촬영할 때의 흔한 장소와 촬영각을 벗어나 있으며, 주요 장면들은 초기 컬러 필름 규격인 코다컬러(Kodacolor), 코다크롬(Kodachrome) 방식의 촬영을 겸하여 더욱 풍성한 기록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 덕택에 우리는 미국 남장로교의 전주 선교 활동, 캐나다 장로교의 함흥 선교 활동, 이화학당 개교 50주년 및 신촌 교사 이전 기념행사, 성균관 문묘 석전대제 광경, 정동 영국영사관 등의 외국인 교류 활동, 조선총독부의 왕궁 공원화 사업 및 어린이 놀이터의 출현, 금강산의 다채로운 풍경,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엄연히 명맥을 유지했던 전통문화의 일면들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이런 귀중한 영상들이 두서없이 섞여 편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상세한 장면분석 정보와 VOD 안내 자막을 함께 제공하고 있으니 기독교 선교사, 도시사, 교육사, 병원사, 민속학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영상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장소들, 그를 둘러싼 맥락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학제간 교류를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모리스의 활동과 교류 관계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상은 무성영화 시대의 수동 촬영 방식으로 기록된 것이므로 VOD 영상의 속도는 평균적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수준으로 보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남사당패의 풍물놀이나 이화학당 기념행사의 무용극 등 장면에서 보이는 움직임의 속도가 실제 촬영 당시의 속도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좌우 반전된 장면들이 곳곳에 섞여 있으니 안내자막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반전 판정 내용도 추가 연구 성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획・진행 | 이지윤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조사・연구 | 석지훈 (한국 근대문화사 연구자)
감수・제작 | 김기호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KMDb VOD 기획전 <100여 년 전 외국인이 기록한 한국의 인상들>에서 이 컬렉션의 몇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감상해 보세요.

참고자료

VOD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영상은 원 소장처에 의해 온라인 공개가 제한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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