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시네아스트, 김기영 감독 특별전(계속)

2018-03-01 ~ 계속
시대를 앞서간 시네아스트, 김기영 감독 특별전(계속)

김기영 감독이 불의의 자택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꼭 20년이 되었다. 그리고 20년의 시간 동안 '김기영'이라는 이름은 간혹 한국영화의 그로테스크함의 기원으로 다가왔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단연 돋보이는 <하녀>(1960)를 비롯하여, 비슷한 모티프를 변주하며 그만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에는 그로테스크함 이면에 현실 비판의 예리함이 관철된다. 그의 영화 기층에 자리한 하층민과 부르주아 계층의 이분법적 계급 분할, 하층민 여성과 부르주아 남성의 대립은 그가 살았고 그가 바라보았던 우리 사회의 단층이기 때문이다. 이 단층에 괴짜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던 김기영 감독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기괴함을 심어 넣었다. 따라서 그가 창조한 이 기괴한 세계는 영화라는 매체 본연이 지닌 '판타지'라는 알리바이를 가지는 동시에 판타지만으로 끝날 수 없는 우리의 현재 진행 중인 현실이기도 하다. 

KMDb VOD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서울시 마포구 소재)에서 개최할 ‘김기영 감독 전작전’에 앞서 김기영 감독 특별전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을 극장보다 좀 더 일찍,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싶은 이들과, 지리상 거리가 멀어 극장을 방문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기회! 시대를 앞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했던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살았던 세계와 시대, 그가 창조해낸 세계를 돌아보고 김기영 이후에도 계속되는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상영작품
  • 01. 죽엄의 상자 김기영, 1955
    미공보원(USIS) 산하 영화제작소인 리버티 프로덕션에서 첫 번째로 제작한 작편 극영화로, 김기영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 국내 최초 미첼 카메라로 동시 녹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의 필름은 현재 사운드가 유실된 상태로, 무성으로 상영된다.  
  • 02. 양산도 김기영, 1955
    수동과 옥랑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김기영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함께 가슴 절절함을 남기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비록 일부가 유실되기는 했지만), 수동 모친의 창은 화면을 비롯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 03. 하녀 김기영, 1960
    1960년대 중산층 가족의 욕망을 섬뜩한 심리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2008년 마틴 스콜세이즈 감독이 이끄는 월드시네마 파운데이션(World Cinema Foundation)의 지원으로 디지털 복원되었다.
  • 04. 현해탄은 알고 있다 김기영, 1961
    태평양전쟁과 일제의 수탈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시각이 탁월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한운사 원작 동명의 KA 라디오 방송극을 영화화한 작품. 사운드와 영상의 일부가 유실된 불완전본이나,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으로 사운드/영상 소실 부분은 대사/장면설명 자막으로 보완되었다.
  • 05. 고려장 김기영, 1963
    <현해탄은 알고 있다> 이후 2년간의 공백을 끝내고 김기영 감독이 연출한 작품. 정교한 세트 안에서 빈틈없는 미장센을 선보이는 수작이다. 샤머니즘의 광기와 인간의 욕망의 단면을 섬뜩하게 묘사하고 있다. 크래딧 시퀀스의 색다른 타이포그래피는 영화 시작부터 보는 이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new
  • 06. 화녀 김기영, 1970
    1960년작 <하녀>를 70년대에 맞게 각색하여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흑백으로 촬영된 <하녀>와 달리 다양한 컬러감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유리창에 번져 왜곡되는 빛의 기괴함이 더해져 뒤틀어진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고 있다.
  • 07. 충녀 김기영, 1972
    본처와 첩이 시간을 분배하여 남자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번식의 욕망과 거세의 불안이 충돌하며 결국 광기에 사로잡힌 히스테리로 변질된다. 한편 1970년대 대중문화의 한 축이었던 청년문화를 비틀기나 하듯,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청춘들의 치기어림 대신, 기성세대에게 짓밟히는 청춘의 절망이 영화의 기괴함 속에 포착된다.
  • 08. 파계 김기영, 1974
    정일성 촬영감독의 수려한 영상 속에 불교의 파계와 영화적 파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영화는 14살 소녀 임예진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 09. 육체의 약속 김기영, 1975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만추>(1966)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의 30%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감독의 원칙 때문에/덕분에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다. 
  • 10. 이어도 김기영, 1977
    무녀가 지배하는 파랑도에 대한 묘사와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흥미롭다. 2013년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친 복원버전으로 상영된다. 
  • 11.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김기영, 1978
    기괴한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문어체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읊어대는 인물 등, 상식을 뛰어 넘는 전개와 상상력으로 영화 내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 12. 김기영, 1978
    춘원 이광수의 계몽소설 <흙>을 각색한 문예영화지만, 김기영 감독 특유의 개성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계몽사상이 짙게 반영된 원작과 비교하여, 영화 속 허숭과 정선, 유순은 그들 각자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 13. 수녀(水女) 김기영, 1979
    일하는 여성과 무능한 남성, 질병 혹은 장애 등으로 상징되는 신체적으로 결핍된 여성 등 김기영 감독 특유의 모티프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14. 반금련 김기영, 1981
    동아수출공사가 거액을 들여 기획한 대작영화로, 김포 오정리에 세트를 짓고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금병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정교한 세트디자인과 의상,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 그리고 김기영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성 묘사를 엿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 파격적인 성 묘사가 원인이 되어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73년에 제작을 시작한 이 영화는 1981년에야 대중에 공개될 수 있었고, 90여분 분량으로 압축 편집된 버전으로 소개되었다. 
  • 15. 화녀 82 김기영, 1982
    <하녀>(1960), <화녀>(1971)에 이어 세 번째 변주를 시도한 작품. <하녀>의 기본 서사와 <화녀>의 미스터리 형사물 형식을 차용했다. 붉은 스테인드글라스의 독특한 색감과 벽을 가득 메운 괘종시계 등 그로테스크한 미장센과 색채감이 돋보인다. 
  • 16. 육식동물 김기영, 1984
    <충녀>(1972)를 리메이크한 작픔. 김기영 작품들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쥐, 쥐약, 계단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이 영화에서도 인장과도 같이 새겨져 있다. 
  • 17. 바보사냥 김기영, 1984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이 성공한 후 그 영향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김기영 감독은 그와 전혀 무관한 자신만의 로드무비를 완성했다.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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