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학원 전설: <화산고> (김태균, 2001) 월간스크린 ㉖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4-02조회 1799
화산고 스틸
2001년 | 싸이더스

감독: 김태균 | 원작: 서동헌 | 각본: 서동헌 정안철 허균 박헌수 김태균 | 제작: 차승재 | 촬영: 최영택 | 미술: 장근영 김경희 | 음악: 박영 | 특수효과: 정도안 | 무술감독: 이응준 | 시각효과: 장성호

CAST 김경수: 장혁 | 유채이: 신민아 | 장량: 김수로 | 송학림: 권상우 | 소요선: 공효진 | 마방진: 허준호 | 교감: 변희봉 | 요마: 차시은
 
2000년대 초 한국영화의 화두 중 하나는 컴퓨터 그래픽이었습니다. 그 역사는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적잖은 기술적 축적이 있었고, 테크놀로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콘텐츠만 만나면 폭발력을 지닐 듯했습니다. <화산고>(2001, 김태균)는 그 첫 시도입니다. 이후 <해운대>(2009, 윤제균)이나 최근 <신과 함께> 시리즈(2018~2019, 김용화)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버스터의 시작은 <화산고>였던 셈이죠. 무협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이 영화는 어쩌면 반 걸음 정도는 앞서 간 실험이었는데요, 개봉 당시엔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월드 마켓에서 마니아 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장 공개는 6월 말, 어느 여름 밤에 이뤄졌습니다. 장소는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도양’이라는 곳이었는데요, 지금은 도로 사정이 나아져서 서울에서 5시간 정도 걸리지만 당시엔 장장 7시간을 가야 했던 곳입니다. 소록도로 가는 배가 떠나는 부두 근처에 있는 어느 폐교에 세워진 야외 세트는 장관이었는데요, 전국을 뒤지며 1,000개에 달하는 폐교를 둘러본 끝에 헌팅한 장소입니다. 운동장 양 끝엔 거대한 조명탑이 있고, 그곳엔 ‘火山’ ‘武’ 같은 한자가 새겨진 붉은 휘장이 걸려 있습니다. 살수차는 지하수를 끌어 올려 폭우를 만들어내고, 카메라는 크레인에 올라가 있었으며, 무술 팀은 끊임없이 와이어를 잡아당기던 분주한 밤 현장이었습니다.
 

이날 촬영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수학 교사 마방진(허준호)과 주인공 경수(장혁)의 대결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와이어 액션이었는데요, 마방진의 가격에 경수가 하늘로 치솟는 장면 때문이었죠. 허리에 와이어를 매단 경수의 몸이 한 순간에 갑자기 솟구치는 장면을 위해, 카메라 밖에선 무술 팀(이른바 ‘땡김이’)이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와이어를 잡아 당깁니다. 10번 넘는 테이크 만에 OK 사인이 났는데요, 카메라 앵글을 바꿔서 그 장면을 반복합니다. 그때마다 장혁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야 했고요.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습니다. 12개의 살수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면 ‘우중 액션’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우연하게 뇌전벽력을 맞아 극강투기를 가지게 된 경수. 그는 여덟 번 퇴학을 맞고 아홉 번째 전학으로 화산고에 옵니다. 영화 <>(1998, 양윤호), 드라마 <학교>(1999)로 고등학생 이미지가 강했던 장혁에게 <화산고>는 어쩌면 운명적인 캐릭터였을지도 모릅니다.
 

 
마방진 역의 허준호. ‘빌런’ 캐릭터로 허준호만큼 다크 포스를 내뿜는 배우도 많지 않을 겁니다. <화산고>에서도 경수를 압도하는 엄청난 힘을 보여줍니다.
 
 
장혁은 경수를 “바보스럽지만 바보는 아닌”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느낌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11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은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신인급 배우에게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촬영이 끝났을 땐 마치 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화산고> 현장에서 와이어는 장혁에겐 마치 신체의 일부와도 같았습니다. 거의 항상 몸에 달려 있었으니까요. 거친 액션을 소화하느라 온몸에 멍이 들었고, 일곱 번 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엔 너무 익숙해져서,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에서 자장면을 먹을 정도가 되었다네요. 
 
 
1997년 어느 공모전에 출품된 시나리오가 하나 있었습니다. <화산고>였죠. 당선되진 않았지만 그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던 김태균 감독은 원작자 서동헌에게 영화화 제안을 했는데요, 처음엔 직접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후 <키스할까요?>(1998)을 마친 후 불현듯 <화산고> 시나리오가 떠올라 친구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에게 제안했고, 2년에 걸쳐 <화산고>를 만들게 됩니다. 촬영에 11개월, 후반작업에 6개월. 당시 한국영화로선 파격적인 제작 일정이었죠.
 

<화산고>의 클라이맥스 액션 신은 마치 서부극을 연상시킵니다. 김태균 감독은 이 대목에 대해 “총과 총의 대결이 아니라 물 싸움으로 변형”시켰다고 설명합니다.
 
 
<화산고>는 제작 노하우에서 그 어떤 참고 자료도 없었던 영화입니다. 의도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와이어 액션을 위해 홍콩 액션 팀을 불러올 수도 있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해외 업체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모두 국내 인력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그래야 뭔가 쌓인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작비와 일정이 늘어났죠. “아무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영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괴로움을 겪었어요. 과연 이 영화를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했죠.” 김태균 감독의 말입니다.
 
 
김태균 감독은 <화산고>를 “근사함과 망가짐이 공존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주 촌스러운 구석도 있고, 만화적인 톤도 있지만, 근사한 비주얼과 스펙터클이 결합된 영화. 그런 면에서 <화산고>는 거대하면서도 무모하고 한편으론 용기 있는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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