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후반]영화, 산업으로 도약하다 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 산업을 이끌었던 인물들

by.조준형(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 2012-11-01조회 67

1990년대 후반은 한국영화계가 본격적인 산업화로 진입했던 시기였다. 1985년 영화업 자유화, 1990년대 초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안착, 1994년 프린트벌수 제한 폐지, 1990년대 초 대기업의 영화업 진출, 1990년대 중반 금융업의 영화업 진출, 1998년 강변CGV의 설립을 통한 멀티플렉스 시대의 시작, 1998년 이후 코스닥 열풍, 1999년 <쉬리>의 흥행신기록, 영화진흥공사의 위원회로의 전환 등 굵직한 산업적 이벤트가 이어진 십여년 동안 한국영화산업의 외양, 운영시스템, 운영주체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비록 1997년 IMF 과정에서 충격이 있기는 했으나, 1990년대 후반은 대체로 긍정과 낙관의 기운이 팽배했던 시대, 새로운 창조의 시대, 합리와 산업의 시대였다. 같은 시기 한국영화 문화의 활성화는 이러한 산업 시스템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이 시대 산업에 활기를 부여했던 몇몇의 면모를 살펴보자.

강우석
1990년대 초 <투캅스>를 연출하여 한국영화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던 강우석은 곽정환이 구축한 막강한 서울극장 배급망을 이어받아, 1995년 시네마서비스라는 투자-배급-제작사를 설립한다. 이후 시네마서비스와 강우석은 한국영화산업계에서 최고의 파워를 가진, 충무로의 구심점의 역할을 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투캅스2> <투캅스 3> <올가미> <자귀모> <주유소 습격사건> 등의 영화를 제작했다. 시네마서비스는 충무로 토착자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였으나, CJ-CGV, 메가박스-쇼박스, 롯데 등의 멀티플렉스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공세에 어쩔 수 없이 왕좌의 지위를 내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우석은 여전히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제규
강제규는 1990년대 초부터 이미 상당히 알려진 각본가였다. 1995년 <은행나무 침대>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부족했던 테크놀로지의 수준을 일거에 끌어올린 놀라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강제규는 1999년 <쉬리>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표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쉬리>는 90년대까지의 한국영화와 2000년 이후의 한국영화체제 단절을 보여주는 기준이 되는 영화다. 1999년 강제규필름을 설립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명필름과 통합하여 MK픽쳐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김승범
김승범은 한때 충무로 미다스의 손으로 일컬어졌다. 한국영화계 초기 금융투자사였던 일신창투의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던 기간 동안, <은행나무 침대> <접속> <할렐루야> <내 마음의 풍금> <조용한 가족> 등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튜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여 초기 배급사로서 메이저에 가깝게 성장했으나, 튜브 픽쳐스를 통한 몇 편의 제작이 실패함으로써 그 입지를 잃게 된다.

신철
한국영화의 기획시대를 열어젖힌 인물이자 새로운 세대 한국영화 제작자들의 대부. 1988년 신씨네를 창립하여 영화산업에서 근대적인 기획과 마케팅의 관행을 도입하고,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대기업들을 영화계로 끌어들인 1등 공신으로 꼽힌다. 1995년에 <은행나무 침대>, 1997년에 <약속>과 <편지> 등을 제작했다. 90년대 한국영화 산업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심재명
1988년 서울극장/합동영화사의 기획실에 입사하여 영화 이력을 시작했고, 1992년 명기획을 설립했다. 제작자 이은과 결혼하여 그와 함께 1995년 명필름을 설립했는데, 창립작은 <코르셋>이었다. 1997년 <접속>, 1998년 <조용한 가족>, 1999년 <해피엔드> 등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사회현실을 담아내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2000년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제작했고, 강제규필름과 통합하여 MK픽쳐스를 설립했다. MK픽쳐스가 해체되고 명필름으로 돌아온 2000년대 후반 이후에도 <시라노 연애조작단>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등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차승재
1995년 우노필름을 설립하여 창립작으로 <돈을 갖고 튀어라>를 제작한 이래,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태양은 없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유령> 등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계를 수놓았던 수작들을 제작했다. 차승재의 우노필름은 감독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특히 신인을 발굴하는데 탁월한 안목을 가졌다. 2000년에는 싸이더스로 사명을 전환하였다. 명필름의 심재명과 함께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을 대표하는 제작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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