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김광식 감독과 함께한 <내 깡패같은 애인> GV현장 죽지 않고 돌아온, 고마운 동철아!

by.민병현(한국영상자료원 경영기획부) 2011-07-12조회 1,216

영화를 다시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중훈은 “영화 마지막에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다시 관객과 만나 기쁘다.(웃음)”고 한 뒤 “영화의 결론에 대해 감독과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동철(극중 박중훈)이 죽는 버전, 불구가 되는 버전, 그리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버전 등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듯 따뜻한 결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처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배우와 관객의 숨바꼭질

박중훈은 “<내 깡패같은 애인> 전에 <해운대>를 촬영했다. 하지만 <해운대>로 배우 박중훈이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26년째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나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내 연기는 악평을 받았는데 관객이 1,000만 명이 들었다.(웃음) 결국 성공한 영화의 실패한 연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 깡패같은 애인>의 시나리오를 받았고, 내용이 매우 좋아 선택하게 되었다.”며 영화를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내 깡패같은 애인>의 극중 인물 동철은 박중훈에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배역이기 때문에 가진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연기를 오래 한 배우는 무엇을 연기하든 관객들로 하여금 연기를 답습한다는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와 관객과의 절대법칙이 있는 것 같다. 연기할 때 배우가 튀어나오면 관객이 한 걸음 물러나고, 반대로 배우가 숨으면 관객이 배우를 찾으러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넘치는 에너지로 튀어나오는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 박중훈의 연기에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전쟁으로 비유하면 난 항상 작은 전투에서만 이기려고 했지 전쟁에서 이기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 절실하게 고민하다가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연기의 힘을 뺐고 이 영화에서도 가장 사실적으로, 가장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2000년대에 들어 연기 톤이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로맨틱코미디, 액션누아르, 그리고

질문은 감독에게로 이어졌다. 김광식 감독은 마돈나와 숀펜의 관계에서 이 영화의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감독은 “마돈나는 수많은 남성을 만났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영화배우 숀펜이라고 말했다. 마돈나는 숀펜을 ‘깡패 같은 애인’이라고 표현했다. 그 표현이 재밌었고, 그 표현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내 깡패같은 애인>은 로맨틱코미디와 액션누아르가 혼합된 독특한 장르인 동시에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실제로 ‘88만원 세대’를 잘 묘사해 현대를 살아가는 20, 30대 젊은이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광식 감독은 이와 같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연출부에 있을 당시 이창동 감독에게 멜로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창동 감독은 ‘멜로란 없다’고 했다. 즉 사랑을 위한 사랑, 멜로를 위한 멜로를 한다는 것은 부질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면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가치가 있는 메시지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연기와 삶의 줄다리기

관객과의 대화가 중반으로 가면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박중훈의 연기관으로 넘어갔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 상대 배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박중훈은 “과거에는 나를 중심에 놓고 내가 돋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상대 배우의 연기에 분명히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고 한 뒤 “연기는 배우의 액션과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다. 그 조화를 보고 싶은 것이 관객의 심리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 조화를 생각하며 연기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으면서 조금씩 변한 것 같다. 그때부터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상대 배우를 배려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아울러 배우라는 직업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박중훈은 “좋은 연기는 주어진 가상을 현실로 믿고 충실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자는 허구의 상황을 진실이라고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하며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와 실제의 삶에서 감정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집에 갔는데 집은 불에 타고 있고, 여동생은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여동생을 업고 병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 극한의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 대한 연기를 할 때는 격한 감정을 끌어내야 하고, 촬영 후에는 정신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며 연기와 실제를 오가는 배우의 고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내 깡패같은 애인>의 경우에도 관객들은 나의 연기를 보고 즐거워하지만, 영화 전체에서 극중 인물 동철은 계속 짜증내고, 화내고, 웃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내내 그 생각만 했고, 이 영화의 촬영을 마친 후에도 치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혀 좌중을 엄숙하게 했다.

관객과의 대화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관객들의 진지하고도 의미 있는 질문에 시종일관 유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관객과의 대화는 시네마테크KOFA 홈페이지 내 GV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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