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신영균, 김혜정, 배창호 4인 4색 ‘꿈’! 신상옥 감독의 <꿈>연작(1955, 1967) 및 배창호 감독의 <꿈>(1990) 관객과의 대화 현장

by.민병현(한국영상자료원 경영기획부) 2010-07-08조회 1,393
꿈 GV

6월 6일, 영상자료원 모은영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시작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배창호 감독은 <꿈>(1990) 개봉 당시 극장의 사운드 시설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보게 된 <꿈>은 ‘흡족한 사운드’ 때문에 만족스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창호 감독은 1982년 데뷔 때부터 시대극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는 “연륜이 쌓이면서 시대극을 (제작)해야 감독의 창조적 재미를 더한다”며  “상상력을 통해 시대를 재현하고, 사람에 대해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대극”이라며 시대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배창호 감독의 애정 은 1986년 <황진이>로 이어졌다. 이후 영화 <꿈>의 원작소설인 이광수의 <꿈> 을 소설가 최인호의 권유로 접하고 자료조사를 위해 신문기사도 찾아 읽어보 았지만, 당시 소설을 통해 얻은 느낌 혹은 깨달음은 크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생겼다. 배창호 감독은 “정신없이 영화를 만든 이유도 있었겠지만, <꿈> 을 영화화할 것인지 망설이던 중 88년 미국에 초청교수로 갈 기회가 생겼다. 미국에 거주하면서 명예욕, 물질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실천해나갈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동시에 테마에 대해 느낀 바가 있었다. 그래서 귀국  후 89년부터 <꿈>을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원작 ‘꿈’이 제시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로 보여지는 현실, 그리고 꿈처럼 느껴 지는 현실이 모두 꿈 혹은 환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창호 감독이 이 영화 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였다. 배창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자기 욕망과 집착에서부터  그것이 빚어낸 비극과 생로병사 속에서 고통 을 느끼고 참회하는, 그리고 깨달음 속에서  다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 어떤 문제를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실천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라며 제작의도 를 밝혔다. 그는 이어 “관객들은 원작소설 혹 은 신상옥 감독의 <꿈>과 이 영화를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작과 영화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에서 원작은  하나의 재료다. 나는 삼국유사에 나온 조신의  꿈 일화와 이광수의 원작소설, 이 두 가지 재료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며 원작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다음 영화 상영의 문제로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던 짧은 관객과의 만남이었지만, 배창호 감독은 진행자와 객석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했다. 20년 만에 <꿈>이 관객과 다시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배창호 감독은 “영화는 당대의 관객만 관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범위하게 보면 20년 후, 그리고 50년 후의 관객도 관객이다. 오늘 20년 만에 영화를  보는 기쁨이 있었다. 10년, 혹은 20년 후에도 오늘처럼 다른 세대와, 혹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과 함께 <꿈>을 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6월 12일, 영상자료원 조준형 영화사연구팀장의 진행으로 열린 관객과의 대 화에서는 1955년 <꿈>의 여주인공 최은희와 1967년 <꿈>의 두 주연배우 신영 균, 김혜정이 초청됐다. 2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한 이날 행사는 40년, 혹은 50 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본 영화에 대한 소회로 시작되었다. 특히 최은희 선생님에게 이 영화는 신상옥 감독과 결혼한 후 찍은 첫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그녀는 전후 폐허 위에서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반 추하면서, 말을 타다 떨어져서 기절했던 에피소드, 추운 겨울에 촬영하셨던 얘기 등 고생담이 이어졌다. 신영균 선생님 역시 “극 중 달례 아가씨를 업거나, 평목 대사의 시체를 끌고 가는 장면 등 고생스러운 신들이 워낙 많았다.”며 영화  촬영 당시 힘들었던 점을 회고했다. 이어 대화의 주제는 신상옥과 신필름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야기로 옮겨졌다. 탈북 후 미국에서 <3 Ninjas>를 찍었던 상 황, 신상옥 감독의 영화철학, 최근 영화 환경에 대해 1950, 60년대 한국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세 배우의 세심한 답변이 이어졌다. 한편 김혜정선생님은 은퇴  후 처음 갖는 외부인과의 접촉이어서인지 많은 플레쉬 세례를 받았다. 대화 자체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 배우를 보기 위해 시네마테크KOFA를 찾 아주신 관객분들이었다. 애초 관객수가 적으면 어떡하나라는 주최 측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200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았다. 대부분 60이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었고, 이분들은 아이들처럼 배우들을 둘러싸고 기념촬영과 사인을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보니 오늘 모신 배우들이 60년대 관객들에게는 장동건, 심은하, 손예진이었다. 신상옥 감독은 다시 한 번 리메이크를 원할 정 도로 이광수의 <꿈>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 고 있었다. 인생은 꿈이고 꿈이 인생이라는  이 호접몽과 같은 인식은, 현실을 영화와 같 이 살았던 신상옥 감독에게 꽤나 어울리는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연관영화 : (신상옥 , 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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