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를 보셨나요?

by.권해효(영화배우) 2009-11-10조회 79
스카우트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영화의 발전과 변화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크린 독점, 거대 자본에 의한 제작 배급의 독과점, 한 해 150여 편이 쏟아져 나오게 한 눈먼 돈과 한탕주의 등의 문제 속에서도 1000만 관객으로 대변되는 할리우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대중성, 촬영과 제작기술의 발전, 독립영화의 부각, 소규모 다품종으로의 변화 등 진화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취약했던 스포츠, 가족과 같은 장르영화의 시장 확대는 눈여겨볼 만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할리우드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자 여기까지는 오락 산업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의, 시대의 기록자로서 우리 영화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도 홀로코스트와 개인에게 가해진 부당한 국가권력을 역사의 책장이 아닌 오늘 스크린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서구,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며 광복 이후 야만과 격동의 60년 세월을 가볍게 건너뛰어 일제강점기로, 조선으로, 고려로 가는 우리 영화를 생각할 때 상대적 빈곤감은 더 커진다. 1990년대 영화로 달려간 열혈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야기가 무거워졌다. 간단하게 말하자. <스카우트> 같은 영화가 보고 싶다.

2007년 5.18을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있었으니 <화려한 휴가>와 <스카우트>가 그것이다. <화려한 휴가>는 그해 여름 <디워>의 애국주의 광풍 속에서도 730만 명이 관람하여 그동안 사람들이 좋은 영화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었는지를 실감케 했고, <스카우트>는 평단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가을 조용히 물러났다. <박하사탕> 이후 처음 다루어진 주제의 영화인 만큼 그 의미가 크지만 두 편 모두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화려한 휴가>는 흥행 성공이 의아할 정도로 서사와 인물의 완성도가 떨어져 아쉬움을 주었고, <스카우트>는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는 무관한 ‘욕과 애드리브가 난무할 것 같은’ 싸구려 포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스카우트>는 영화 속에서 역사가 어떻게 대중과 만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과 같은 영화다. 재미와 감동 살아있는 인물들…. 어깨 힘 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눈물 흘리라 강요하지 않아도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이 영화가 주는 기쁨은 임창정이라는 배우를 보는 데 있다. 데뷔 이후 한 번의 외도도 없이 오로지 ‘양아치’ 역할을 해온 임창정 연기의 정점을 만날 수 있다. 이건 그저 웃자는 표현이 아니다. 그는 그동안의 작품에서 양아 치지만 품위(?)를 지켜왔고 그에 힘입어 작품들은 한국 코미디영화 중에서도 다른 격과 재미를 가져왔다.

임창정, <스카우트>를 통해 날아올랐다. 아직 안 보셨는가? 꼭 보시라.

아니면 좀 기다리시라. 내년은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영상자료원 큰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있을지도 모른다). 배우가 무슨 말을 하면 지적 능력을 의심받는 시대에 아예 무식하게 한 번 더 얘기한다 ‘ 꼭 보시라 <화려한 휴가>는 게임이 안 된다. ’ㅋㅋ’

다 쓰고 나니 이 코너의 제목이 ‘나의 사랑 나의 영화’라고 한다. 이번 한 번만 바꾸자 ‘아직 안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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