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부제 :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 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DVD

by.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연구부) 2009-08-24조회 1,421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실험영화를 볼 때 어렵냐, 안 어렵냐의 문제가 아니라 재미있냐, 안 재미있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선뵈는 실험적인 비디오들이 재미가 없긴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 화는 내지 말자고요. 훗~”

2004년 인디포럼 개막작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의 감독 윤성호의 말이다. 독립영화를 1년에 딱 세 편만 만들고 주머니에 항상 5000원 정도는 있으니 돈 잘 버는 편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윤성호 감독의 작품은 그의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심오한 듯 하면서 꽤나 재치 있고 유쾌하다. 작품 제목의 의미를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김용의 유명한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 보면 의천검과 도룡도라는 천하의 명검과 보도가 나오는데, 당최 이 칼들을 당할 무기가 없고, 서로가 대결하면 한 끗 차이로 의천검이 이긴다. 문제는 이걸 실물로 본 사람이 없고, 의천검이 또 워낙 뭉툭하게 생겨 검인지 고철인지 모호하다는 것. 즉, 정말 부딪쳐보기 전엔 내가 쥐고 있는 것이 의천검인지 그보다 못한것 인지 알 수 없다. 감독 자신의 서툴렀던 연애도 공공의 영역으로서 언제나 공짜로 향유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던 충무로 활력연구소도 종결과 폐관을 겪으면서 지금껏 모르면서 까불었던 것이 마치 의천검을 쥔 듯한 감흥을 받았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은 첫사랑과 헤어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와 충무로 활력연구소가 자본과 정치세력에 의해 폐쇄된 두 상황의 상관관계를 뮤직비디오 같은 빠른 비트와 영화도입부 느닷없이 등장하는 무협드라마의 한 장면과 전혀 무관한 해석의 자막, 그리고 분위기 확 깨는 내레이션 등과 같은 색다른 영화적 장치로 가득한 극영화이면서 다큐이기도 한 신선한 작품이다. 비틀즈의 음악이 깔리고 노래가사와 해석이 다르고, 정신없이 쏟아내는 인용문이 혼을 쏙 빼 놓는다. 이 정신없는 인용문은 유머러스하게 서로 중첩되면서 관객에게 쉴 새 없이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심각한 듯 꽤나 긴장감 있게 유지하다가도 툭툭 뱉어내는 유머는 분명 혹 독립영화, 실험영화를 불편해 할지도 모를 관객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감독의 적극적인 의도가 단지 재치는 있지만 정신없고 산만한 인용으로 가득 찬 그냥 그런 실험영화 한 편으로 끝날지는 직접 영상자료실에서 감독이 직접 기증한 DVD로 감상 후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tip 하나!  영상자료실에 오시면 현재 독립영화의 고전인 <문>(_명수, 1983)에서부터 <낮술>(노영숙, 2008)에 이르기까지 1,000여 편이 넘는 독립영화를 VOD 감상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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