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두 남자의 순도 100% 액션 활극 <짝패>, GV 현장중계

by.민병현(한국영상자료원 경영기획부) 2009-01-15조회 3,013

지난 11월 15일 한국영상자료원 다시보기 프로그램으로 류승완 감독의 2006년작 <짝패>를 상영했다. 토요일 오후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류승완 감독이 뒤늦게 행사에 도착해, 관객들은 예정에 없던 정두홍 무술감독의 한국액션영화 마스터스 클래스 강의를 듣는 행운을 누렸고, 답례로 평소보다 한 시간 가량 길어진 류승완, 정두홍의 ‘관객과의 대화’를 끝까지 경청했다.

진행을 맡은 이동진씨는 우선 류승완 감독에게 여섯 편의 필모그래피에서 <짝패>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짝패>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은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촬영 중 무릎을 다쳐 장애 판정 직전까지 가는 고생도 했었고, 정두홍 감독과 사귄다는 소문까지 났었습니다.(웃음) 막상 액션영화에 집중해보니 순수 액션영화를 크게 즐기지 못했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는 <짝패>를 달콤한 독약에 비유했다. 첫 주연으로 <짝패>에 출연한 배우겸 무술감독 정두홍씨는 “주연배우는 영화 전반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하지만 촬영 당시 류승완 감독과 배우 이범수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액션장면 일부를 연기한 다른 영화에 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감독 류승완이 생각하는 배우 정두홍에 대해 물었다. “너무 부끄러움이 많으셨죠. 당시 미란으로 나온 김서형씨와 눈도 잘 못 마주쳤고, 결국 몰래 술을 마시고 연기를 했습니다. 완전히 취해서 곳곳에 숨겨 놓은 마이크를 퍽퍽 치질 않나, 차라리 액션씬으로 바꿀걸 그랬나 후회까지 했어요.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면 좋았을텐데.(웃음)” 이동진씨는 정두홍 감독에게도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배우 정두홍이 생각하는 감독 류승완에 대해 묻자 “잘못 얘기하면 앞으로 살기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대단히 열정적이십니다.(웃음)”라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류승완 감독은 정두홍씨가 액션을 잘 알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기 편했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확신이 있어 더 힘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업할 때 둘이 많이 부딪쳤습니다. 정두홍의 의견이 애초에 생각했던 기획방향과 일치하는지도 생각해야했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술감독 정두홍이라는 전문가에게 있어 감독 류승완이 작업하기 좋은 파트너는 아닐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서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무술감독이자 액션배우 정두홍에게 액션의 여러 단계나 스타일 중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가장 힘든 부분은 아이디어입니다. 몸으로 하는 액션은 뭔가 다른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항상 있습니다. 감독들도 새로운 것을 원하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가 가장 힘듭니다. 액션 스타일 중에는 역시 와이어 액션이 가장 힘듭니다. 일단 위험하고, 와이어에 사람을 조여서 묶으면 연기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날 무렵, 한국 액션영화 전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류승완 감독은 한국적 액션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감독마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영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국적 액션을 특정하게 규정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리얼리티에 대한 강박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액션이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지금 류승완 감독 자신의 상황이 어떻다고 느끼냐는 질문: “피로감이 조금 있습니다. 영화제작 환경은 변하는데 그 흐름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저와 스태프들 모두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가볍게, 소위 말해 잘 놀게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노출되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무거운 사람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밖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자유롭다고들 생각하시는데 보기보다 무거운 편입니다. 요즘은 제 안의 우울함을 즐기고 있는 편입니다.”

배우 정두홍에게 던져진 마지막 질문은 육체를 쓰는 무술감독으로서 나이가 드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것. “엄청 두렵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현장 스태프들이 굉장히 젊거든요.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제 시스템의 파워가 있어서 나이든 스태프들도 활발히 활동하죠. 현장에서 젊은 친구들이 나이 든 스태프들의 노하우를 수용하지 못하고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죠. 저 역시 두렵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전체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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