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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오퍼레이터: 현장의 소리를 담는 사람

글:최성우(붐 오퍼레이터)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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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오퍼레이터: 현장의 소리를 담는 사람

영화 스태프로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20대에서 시작해 벌써 30대의 중반이니 영화와 함께 자라온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첫 영화를 했을 때는 너무도 신기한 사회에 들어와 있구나 생각하며 적응해나가기 바빴지만, 현재는 현장 녹음팀으로서 지금까지도 현장의 소리들과 싸우며 지내고 있다. 아마 영화를 그만둘 때까지는 계속 싸울 예정이다.

현장 녹음팀은 대략 3~4명으로 구성되어있다. 4명일 때는 현장 녹음감독 밑으로 붐 오퍼레이터-세컨드 붐 오퍼레이터-붐 어시스던트 순으로 구성이 된다. 3명 시스템이라면 세컨드 붐 오퍼레이터가 빠지는 경우이다.

그중 나의 직책은 붐 오퍼레이터다. 붐 오퍼레이터란 붐폴이라는 긴 장대에 달려있는 마이크를 컨트롤 하여 녹음감독이 원하는 대로 수음을 할 수 있는 기술자를 말한다. 그리고 그 붐 오퍼레이터는 녹음팀의 제1 조수를 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붐맨이라고들 하지만 정확히는 붐 오퍼레이터가 맞는 표현이다. 요즘은 여성들도 많이 하고 있으니 예전처럼 ‘맨’이라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

여느 다른 팀과 비슷하게 제1 조수가 되려면 어쩔 수 없이 오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이론으로 배워서는 쉽지가 않다.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친구들이 오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이런 부분 같다. 교육 과정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영화에는 여기저기 존재한다. 카메라의 앵글과 조명의 그림자, 배우의 동선을 항상 신경 써야 하고, 대사를 숙지하면서 주변의 소리를 신경 써야 하며, 오퍼레이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신경이 아주 많이 쓰이는 일투성이인데, 이들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은 결국 수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해본 노하우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예를 들어 카메라 앵글사이즈를 가늠해 알맞게 마이크를 배치해 놓았다고 해도, 더 좋은 수음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배우와 근접해지는 위치에 마이크를 둬야 한다. 그러려면 조명으로 생기는 마이크의 그림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하고, 카메라 앵글을 잘 피해 가면서도 연기하는 배우 쪽 마이크가 더 정확한 위치에서 수음을 할 수 있게 항상 오퍼레이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순간도 같은 장면이 없는 영화현장에서는 그래서 더더욱 이론보다 경험이 중요해진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NG는 특히나 사운드에 의해 생기는 것이 많다. 언제 어디서 잡소리가 날지 알 수가 없기에 촬영 준비 중에 계속 체크해야 한다. 갑자기 비행기가 지나가거나, 동네의 개들이 짖어 대거나, 누구의 폰이 울리기도 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NG다. 평소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시계의 초침 소리나 냉장고, 환풍기 소리 또한 미리 체크하여 끄지 않으면 소리의 톤이 많이 달라져서 깔끔하지 못한 녹음이 된다. 그렇게 미리 체크를 했다 해도,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 특히나 여름은 미리 체크를 해두어도 어디선가 날아온 매미들로 사운드가 고르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럴 때는 위에서 말한 현장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매의 눈으로 매미를 찾아 쫓아낸 후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 생각보다 예민한 녹음 상황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스태프와 배우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덥고 추워도 에어컨과 히터를 항상 꺼야 잡소리가 없기 때문에 나 또한 매우 덥고 또는 매우 춥지만 에어컨과 히터를 내 손으로 꺼야 한다.

자주 발생하는 또 다른 NG의 경우는 배우들이 정해진 동선과 대사대로 연기하지 않고 애드리브를 친다거나 했을 때이다. 오른쪽으로 돌면서 대사를 치기로 했는데, 다른 쪽으로 돌면서 대사를 친다든지 해버리면 마이크는 약속했던 동선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린다. 애드리브로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곤 하지만, 현장에서의 애드리브는 재미있으면서도 당황스러운 존재다. 그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장르가 코미디이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2012년 찍었던 <사랑이 무서워>란 작품이다. 임창정 배우와 김규리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정말 김수미 배우의 현란한 애드리브 덕분에 현장 사람들 모두 웃지 않으려고 혀를 깨물어야 했다. 촬영 중에 터지는 나의 웃음 때문에 재미있는 컷을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 정말 매 순간 정신을 다잡으며 집중을 했어야 했다.

애드리브 말고도 <베를린>이나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등과 같이 외국어 대사가 많은 작품들도 오퍼레이팅 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는 배우가 대사를 할 때, 그 배우와 매우 가깝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 정도가 대화를 하는 씬이면 마이크는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가며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본을 외워야 하는데 그 대본의 대사가 외국어가 되어 버리니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가 없기 위해 외국어 대사라 할지라도 촬영 내내 대본을 계속 보며 외워야 한다. 해외 촬영 시에는 언어로 인한 어려움뿐 아니라, 주변 소리 통제도 쉽지가 않다. 일단 언어소통이 쉽지 않아 식당의 음악 소리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통제하려면 통역하는 사람을 불러 현지 제작부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빠른 진행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해외 촬영을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해외에선 사이렌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울린다는 것이다. 슛 중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NG이기 때문에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얼마 전 <보안관>을 촬영할 때는 그야말로 ‘바람과의 전쟁’이었다. 기장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영화라 늘 바닷가 근처에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마이크에 바람 소리가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윈드젬머라는 바람 소리를 부수는 역할을 하는 커버를 마이크에 씌워야 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선배들의 경험에서 나온 나름 특수한 아이템을 하나 추가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스타킹이다. 스타킹을 씌우면 바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생각보다 많이 바람 소리를 잡아준다. 그러나 현장에서 쉽사리 사기도 어려워 현장의 여자 스태프들에게 변태라는 놀림을 받으며 스타킹 구걸(?)을 해야 하는 정말 뜻밖의 어려운 점이 있었다.

사극 또한 녹음이 어려운 장르 중에 하나이다. <방자전> 때 섭외된 많은 장소들이 있었는데 그 중 민속촌 촬영 때에는 한옥 특유의 낮은 천장과 좁은 공간 때문에 녹음이 쉽지가 않았다. 마이크는 인물의 머리 위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낮은 천장 때문에 마이크의 높이가 낮아 화면에 마이크가 노출되는 NG도 많이 생겼다. 어느 정도 소리의 톤을 무시하고 인물 밑으로 마이크 위치를 설정해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좁은 공간 때문에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또한 사극 특성상 촬영 장소가 유적지나 관광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멀리서 들려오는 도로 소음이 많은 문제가 되었다. 특히나 버스나 대형트럭 등이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NG가 나곤 했다. 그 시대엔 차량이 없으니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기가 무척 어려웠다. <방자전>을 촬영할 땐 배드씬이 많았는데, 그런 씬 들을 촬영할 때는 무척이나 긴장을 해야 한다. 현장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으려면 모든 스태프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인원만 현장에 남아 슛을 간다. 베드씬은 배우들도 후시 녹음을 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나에겐 부담이 많이 되는 촬영 중 하나이다.

이렇듯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소리를 담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실제 영화를 봤을 때 관객에게 배우의 숨소리까지 내 손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정확한 소리를 잡아내고 그 소리로 영화의 집중도를 더 높여 줄 수 있는 직업. 그것이 붐 오퍼레이터인 것이다. 물론 만들어지는 소리들도 있겠지만 좋은 소리를 녹음해야 결국 좋은 사운드 디자인도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한다.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내가 영화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영화에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붐 오퍼레이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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