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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꽃

[독립영화초이스] 재꽃

글 : 이지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 2017.02.27

영화는 아직 어두운 새벽, 작은 소녀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화면 안으로 들어오며 시작된다. 이제 곧 소녀가 도착할 작은 마을의 아침. 하담은 대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를 맞듯 환하게 웃는다. 열 한 살인 소녀 해별은 일주일 전 엄마에게 버려졌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일지도 모를 사람을 찾아 시골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해별을 가장 먼저 알아..

나의 연기 워크샵

[독립영화초이스] 나의 연기 워크샵

글 : 정지혜(씨네21 기자) / 2017.02.14

감정의 탐구라는 점에서 연기는 언제나 보다 더 알고 싶은 미지의 영역이다. 연기는 자기감정을 영민하게 쓸 줄 아는 배우가 상대 배우의 감정과 맞부딪히길 거듭하면서도 관객의 견고한 감정의 문까지 두드려야 하는 작업일 거라 짐작한다. 연기의 메커니즘과 감정의 메커니즘이 꽤 너른 교집합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가장 극적이고 압축적으로 감정을 쓰는 일인 ..

저주의 기간

[독립영화초이스] 저주의 기간

글 : 이태안(독립영화감독) / 2017.01.25

그때가 아마 6-7년 전쯤이던가, 단편영화를 많이 봤다. 장편의 긴 시간을 버틸 만큼의 정신적 체력이 부족한 때였다. 단편 영화제에 가서 보고, 영상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단편 모음 DVD도 사고 그랬다. 세상도 단편영화에 주목하던 시절이다. 어떤 영화 잡지에선 따로 그해의 단편을 뽑기도 했다. 2010년, 2011년 즈음에 조현철 감독의 <척추측만>과..

혼자

[독립영화초이스] 혼자

글 : 허경(정발산 영화거구) / 2016.12.21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은 보통 현실에서 살짝 빠져나와 범상치 않은 어떤 일들을 한도 없이 무책임한 자세로 즐기는 일이기도 하다. 우연치 않게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수민(이주원)으로 문을 여는 <혼자>는 범죄스릴러 영화로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들게 하다가 목이 없어져 버린 자기 자신을 보거나, 정면으로 비추진 않지만 망치에 머리가 박살 난 것이 분명한데..

천막

[독립영화초이스] 천막

글 : 박광수(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 / 2016.12.09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에는 수많은 천막들이 있다. 사업주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이 끝으로 몰려 선택한 곳. 그곳에 콜트·콜텍 노동조합의 천막이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이 한 명씩 차례로 등장한다. 그들은 이인근, 김경봉 그리고 임재춘. 이들은 모두가 떠나간 천막을 지키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자 밴드 ‘콜밴’의 멤버..

범죄의 여왕

[독립영화초이스] 범죄의 여왕

글 : 김보년(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 2016.11.24

올해 극장에서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좋은 인상을 받은 작품 중 하나는 이요섭 감독의 <범죄의 여왕>이었다. 싱거운 유머와 심각한 범죄가 공존하는 이 작품은 씁쓸한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스릴러 장르의 클리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각자 고유한 개성을 부여받은 캐릭터들이 뛰어난 앙상블을 펼치고 고시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연출도 ..

꿈

[독립영화초이스]

글 : 이용주(시민평론가) / 2016.11.07

이 온통 하얀 풍경 아래 어딘가에 수학적인 하나의 선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국경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허구이다. - Stanley Cavell <꿈>(원창성, 2015)의 줄거리는 ‘고등학생 오성은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느끼고, 자주 잠들며, 꿈을 꾼다’, 라고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 이렇게 요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성의 현실과 꿈의 경계가 ..

우리들

[독립영화초이스] 우리들

글 :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 2016.10.27

<우리들>을 처음 극장에서 보고 나온 날, 이 영화를 둘러싼 세간의 소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분명, 윤가은이라는 신인 감독의 빼어난 연출, 극 중 선과 지아를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이 영화의 소재인 집단 따돌림에 대해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 영화가 어른들의 잃어버린 시절을 보여주는 한..

청계천의 개

[독립영화초이스] 청계천의 개

글 :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 2016.10.06

청계천 복원사업은 떠들썩한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무수한 사연을 쌓아왔던 공간은 세파를 겪으며 모양새를 고쳐오다, 급기야 산업화 열기에 덮여 버렸다. 하층민의 눈물도 판잣집과 함께 밀려났다. 2005년 다시 얼굴을 드러낸 청계천은 이름처럼 맑아, 금세 관광명소로서 도시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본디 물줄기와 다른 거대한 인공의 모형이었다. 복..

최악의 하루

[독립영화초이스] 최악의 하루

글 : 이송희일(영화감독) / 2016.09.05

은희에겐 정말 최악의 하루다. “하느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안 그러면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요?” 가을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연기력 없다고 타박 들으며 시원찮게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가, 길을 헤매고 있는 일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어쩌다 료헤이에게 길 안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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