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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만나는 작은 영화관 ‘일시정지시네마’

글:유재균(일시정지시네마 주인장)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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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만나는 작은 영화관 ‘일시정지시네마’

춘천에서 다양한 단편영화와 독립, 예술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일시정지시네마를 만들고 운영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지역에서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 없다는 분노,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무모한 실천,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한발 두발 내딛는 인내. 참 많기도 많은 감정들을 섞으며 흘려보낸 1년이다. 크고 작은 관심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여러 영화인들과의 협업, 느릿하게나마 변화를 꾀하며 성장해가는 공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무얼 하는 공간인지 알지 못하지만 나름의 작은 성과들을 이루어내고 있다. 지역사회와 영화계에 작은 일렁임을 만들어냈다고나 할까.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 문화를 정착시키고 유지해 갈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이러한 고민들이 뒤엉켜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일시정지시네마의 방향성과 고민들. 간단하게 소개해 본다.

* 포기로부터의 시작

본래 일시정지시네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건립을 목표로 했다. 지금도 그 목표는 변함이 없지만 당시 씨네코드 선재,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의 폐관과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잠정 휴관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그리 좋은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마침 알게 된 곳이 이태원에 위치한 6석 영화관 극장판이다. 극장판은 영화제가 아니면 별도 채널이 없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없는 단편영화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단편영화도 유독 좋아했던 주인장은 전용관 건립이라는 거대한 꿈을 잠시 뒤로 미루고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극장판의 형태를 벤치마킹, 18석의 작은 영화관을 만들게 되었다. 이 차선책은 도리어 시장성이 거의 없는 단편영화를 보다 더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단편을 다루는 영화제 및 다른 단편영화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편영화의 안정적 유통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있다. 4월 한 달간은 극장판, 자체휴강시네마와 함께 공모, 선정된 다섯 작품을 함께 상영한다. 이것이 단편영화계의 멀티플렉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독립,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 작년 11월, 화제의 독립, 예술영화 10편을 선정하여 상영했던 ‘굿 이브닝 시네마’를 기획할 때 즈음, 한 통의 문의 전화가 왔다. “거기에 가면 <우리들> 볼 수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꼭 보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실제 영화 상영이 끝나고 전화했던 사람이라며 인사를 건네셨을 때, 이 공간을 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GV 현장

* 관광객들도 오가는 영상문화 공간

서울의 웬만한 구 하나보다도 인구가 적은 도시 춘천. 더 넓게는 강원도가 영화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남짓이라고 한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무모한 영화관 운영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화지로 춘천만큼 좋은 곳이 없다.

춘천은 연극, 마임, 공연 등 무대 공연예술의 잔뼈가 굵은 곳이며 춘천 가는 기차의 낭만을 업고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Romantic 춘천’이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다양한 콘텐츠 중 영화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여행 프로그램 ‘퍼즈그라운드’를 개발, 영화가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여담이지만, 여기서 만난 인연이 일시정지시네마를 운영하는 일원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또한 지역에서는 독립예술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착안, 작년 11월에는 인터랙티브 전시 ‘흥력발전 : 즐거움, 예술을 움직이다’를 선보여 색다른 영상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지역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며 다양한 영상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정체성을 확장해 가고 있다.

* 누구나 영화인이 될 수 있는 아지트

공간을 열고 나서 지역에 숨어 있던 재야의 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연출 전공 취준생부터 다양한 영화를 섭렵한 씨네필 직장인까지. 보다 더 심도 깊은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이겠지만, 지역에 대부분인 독립예술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확산시키기란 쉽지 않다.

독립예술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영화보다 어렵고 지루하거나 만듦새가 깔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도 아직 예술영화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다. 그래도 이런 영화가 좋아진 이유. 나는 이런 영화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는 잘 알리지도 못하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비정한 운명을 지녔지만, 만나기만 한다면 삶을 돌아보고 긴 여운을 선사하는 영화들. 이런 영화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고귀한 권위를 가지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좌석도 좀 불편하고, 가끔 불을 안 끄는 귀여운(?)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정겨운, 매일 지나다니는 시장골목 좌판 역할을 하는 곳이 일시정지시네마였으면 좋겠다.



* 일시정지시네마는 꼭 자립해야 할까?

영화관에서 만나는 소중한 관객들은 나에게 이 공간을 지켜야 하는 명분으로 쌓인다. 하지만 명분만으로 이 공간을 지키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너무나 단단하고 높다. 나 자신에게 ‘우리가 자립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 답도 나오지 않는 질문이었다. 시작할 때부터 지원 사업을 받았고 지금도 준비를 하고 있다. 자립을 하지 못한다는 것, 어딘가에 기대야만 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괴감마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요즘은 그 질문을 바꿔버렸다.

‘꼭 자립으로 힘들게 운영되어야 할까?’

진정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들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이 꼭 필요하다는 열성적인 지지가 있다면 당연히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일시정지시네마의 색을 잃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아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러한 사례를 발판삼아 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
‘봄내’라는 뜻을 가진 춘천이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시기이다. 여러모로 새로운 봄을 맞이한 이때,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영화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영화계에 계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는 보다 다양한 영화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든다. 따스한 바람과 꽃향기 느끼며 영화 한 편 보시면 어떨지. 새로운 것를 만나고 싶은 당신에게 일시정지시네마는 (휴무일을 제외하고) 언제나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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