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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여름, 영화 #2] 스티븐 킹의 작품을 영상화 하기 힘든 문제에 대하여

글:이다혜(북칼럼니스트)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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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여름, 영화 #2] 스티븐 킹의 작품을 영상화 하기 힘든 문제에 대하여

스티븐 킹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근심이 앞선다. 만화식 표현으로, 얼굴에 빗금이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괜찮을까? 소설을 영화화면서 원작보다 재밌기는 쉽지 않다고들 하는, 그런 일반론과는 또 다르다.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 한국에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은 <캐리>(1976) <샤이닝>(1980) <쇼생크 탈출>(1994) <스탠 바이 미>(1986) <그린 마일>(1999) 정도인데, 이 중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이 독보적인 브랜드로 기능하는 공포 장르에 속한 것은 <캐리>와 <샤이닝> 정도다(참고로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화한 중 가장 히트를 기록한 작품은 <그린 마일>이다). 이쯤에서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공포물을 포함한 영화 몇 편은 더 꼽을 수 있으리라. <미스트>(2007)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Apt Pupil>(1998) <미져리>(1990)가 그런 영화들이 될 것이며, <크리스틴>(1983) <쿠조>(1983)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1989)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17년 8월 현재, IMDb(imdb.com)에 스티븐 킹의 이름이 영상화(애니메이션, 단편, TV 시리즈, 후반 작업 중인 미개봉작, 북미대륙 외의 지역 작품 포함)된 작품 크레디트에 오른 경우는 239편에 이른다.

인터넷 매체 마켓워치(marketwatch.com)는 “왜 큰 예산이 스티븐 킹 영화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나- 스티븐 킹은 이전 어느 때보다 할리우드에서 뜨겁다. 다만 그에게 블록버스터 대우는 하지 말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 스티븐 킹의 장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61편의 영화와 28편의 TV 영화를 분석한 결과다. <다크 타워: 희망의 탑>의 스코어가 결국 예상을 밑돌자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이다. “많은 영화들은, <다크 타워: 희망의 탑>처럼,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영화 <그것>을 비롯해 TV 시리즈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넷플릭스 영화 <제럴드의 게임> <1922>도 올해 선보인다. 이 기사는 예산이 늘어날수록 상업적 운명은 더 암울하다는 웃지 못할 분석을 곁들인다. 심지어 이런 징크스가 영화 뿐 아니라 TV 시리즈에도 적용된다며 <11/22/63>의 예를 들었다. 스티븐 킹은 2008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기고한 글에서 “나를 정말 겁먹게 한 열 편 남짓한 영화를 떠올려보면, 가장 좋은 공포영화란 누군가의 지하실이나 차고에서 만들어낸 특수효과로 이루어진 저예산 영화들이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참고로 말하면 스티븐 킹은 같은 매체에 오래 칼럼을 연재하면서 자신이 뽑은 자기 소설 영화판 탑10을 꼽으며 <캐리>와 <샤이닝>을 제외시켰다. <공포의 묘지>는 포함시켰는데, 이 작품으로 말하면 스티븐 킹 자신이 각본작업에 참여했다. 기대가 컸고 실망도 컸으며 어쨌든 스티븐 킹은 <공포의 묘지>를 좋아한다.


빼어나게 재미있는 (인기도 있는) 원작 소설이 있으면 영화로 만들기 더 쉽지 않을까? 물으나 마나인 듯한 이 질문은, 그러나, 답하기 영 쉽지 않다. 한국에서야 스티븐 킹이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늘 그의 신간이 주요 매체에서 리뷰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오른다(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티븐 킹의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다). “그는 호러의 제왕이 아니었다. 킹은 이야기의 제왕이다”라고 소설가 정유정은 ‘정유정 작가가 소개하는 스티븐 킹- 제왕을 가슴에 안다’라는 글에서 쓴 바 있는데, 스티븐 킹의 공포물이 유독 원작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거나 부족하게 만들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스티븐 킹 특유의 공포가 문학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의 소설을 영화로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진짜 같은 특수효과나 영상기술이 아닌지 모른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나를 공포에 질리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행복/낙관과 불행/공포를 으깨 하나로 뭉쳐놓고는 나머지는 책 읽는 내가 알아서 상상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샤이닝」의 ‘아버지’ 잭은 어린 시절을 이렇게 떠올린다. “아버지와 그의 관계는 아름답게 피어날 수도 있었지만, 다 피고 나니 속이 썩어 있는 꽃과도 같은 것이었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까지 잭은 두드려 맞고 멍들고 이따금 눈까지 멍들어도, 키 크고 배 나온 아버지를 아무런 미움 없이 열렬히 사랑했다.” 이 기억은 행복인가 불행인가. 둘 다다.

행복을 소환하면 불행이 따라오고 불행을 억누르면 행복도 억눌린다. 그의 이야기에는 가족 단위의(최소한 가족의 선명한 그림자 안에 있는) 주인공들이 많고, “할은 가슴에 걸리는 뭔가가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에 수록된 「원숭이」 중에서) 같은 문장이 나오면 이제 진짜 무서운 게 나오리라는 예감에 떨게 된다. 스티븐 킹은 책을 읽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공포의 세계를, 읽는 사람이 저마다의 가장 두려운 기억을 소환해 거기에 자신의 무언가를 걸게 만드는 글을 써왔다. “많은 사람들은 내 이야기가 무섭다고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과 상관없이, 나는 조금도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라고 스티븐 킹은 쓴 적이 있다. 그게 바로 댁이 무서운 이유야 이 양반아, 하고, 춥지도 않은데 팔을 쓸어내리며 그를 타박하게 된다. 이 기분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만만할 리가 없잖나. 그러니 나는 태어나 생일파티에 불러본 적도 없는 피에로를 한평생 무서워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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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by 유성관(한국영상자료원)
#1 암흑의 탑으로 향하는 머나먼 길 by 장성주(다크 타워 시리즈 번역자)
#2 스티븐 킹의 작품을 영상화 하기 힘든 문제에 대하여 by 이다혜(북칼럼니스트)
#3 아무나 좋아하는, 혹은 아무나 좋아할 수 없는 by 조원희(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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