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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수영화에 얽힌 추억들

글:홍기훈(괴수영화 전문 블로거) /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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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수영화에 얽힌 추억들

어릴 적 ‘주말의 명화’에서 본 <킹콩> <죠스> <공룡 백만년>등을 통해 괴수영화를 알게 되었고, AFKN에서 ‘고질라’ 시리즈를 접하며 급기야 괴수영화의 팬이 되었다. 외국 괴수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괴수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다양한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장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그 덕에 <우주괴인 왕마귀> <킹콩의 대역습> <비천괴수> <몽녀한> 등의 한국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국 괴수영화는 남한판 <불가사리>(김명제, 1962)와 <미녀 홍낭자> <악의 꽃>을 빼고는 모두 관람한 것 같다.

언젠가 추석 때 방송된 북한판 <불가사리>를 보는데 어머니가 예전에 본 다른 ‘불가사리’ 영화가 있다고 말씀하셔서 남한판 <불가사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어머니와 그 영화에 대한 대화를 더 나눠봤는데 당시 기준으로도 영화의 특수효과가 조악해서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책 「괴수군단대백과」에서 고질라를 용가리로 잘못 소개한 걸 발견한 것도 <대괴수 용가리>와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다. <킹콩의 대역습>은 어린 시절 형과 같이 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어릴 때여서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훗날 TV에서 방영된 것을 보고 다시 기억해낸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 괴수영화들에 대한 개인적 추억담들이 쏟아져 나온다.


<불가사리> <대괴수 용가리> <킹콩의 대역습>
<차우> <7광구> <손님>

한국은 괴수영화 장르의 불모지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괴수영화가 많이 나온 국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록이 깨졌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당시 국내 역대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 이듬해 나온 심형래 감독의 <디워>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 후 <차우> <7광구>등의 영화들이 나왔고,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연가시> <손님> <퇴마: 무녀굴>은 돌연변이 기생충과 식인 쥐, 뱀 요괴가 나오는 영화였다. 현재 한국 괴수영화는 괴수 장르임을 내세우기보다는 장르 영화에 편입된 형태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야경꾼 일지>와 <밤을 걷는 선비>에서 이무기와 흡혈귀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괴수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대괴수 용가리>와 <우주괴인 왕마귀>에는 6.25 동란으로 인한 전쟁의 공포가 담겨있고, <킹콩의 대역습>과 <악어의 공포>에 와서는 괴수의 탄생 혹은 활동의 주 무대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용가리 1999><용가리 2001> 그리고 <디 워>로 이어졌으며 <괴물>은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돌연변이 괴물이 탄생한다는 설정인데 이는 반미 정서와 한국사회 내부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차우>는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서 소동을 일으키는 멧돼지 문제를, <7광구>에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문제가 담겨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킹콩> <에이리언> <엘리게이터> <죠스> 같은 영화들이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원인이나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괴수라는 상상 속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내려면 그 시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공포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나올 한국 괴수영화들도 한국 내부의 문제와 공포를 계속 담아내야 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마저 조악하게 느끼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특수효과도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다. 웬만한 수준 이상의 특수효과가 아니면 외면해버리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한국 괴수영화의 발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 괴수영화를 만들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장르 팬으로서 영화 제작자들이 국내보다 해외시장을 목표로 했으면 하는 데, 당연한 이유겠지만 해외에는 이런 장르영화의 고정 팬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의 괴수영화팬들은 할리우드 스타일로 제작된 한국 괴수영화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색채가 담긴 괴수영화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괴수 영화 감상과 더불어 괴수 피겨 모으는 취미도 함께 갖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괴수영화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보니 컬렉션이 중단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화 속 괴수들이 피겨 제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아쉽다. 그나마 영구아트에서 <용가리>와 <디워> 관련 피겨가 나온 적이 있었고, EBS <한반도의 공룡>에서 점박이 피겨가 나온 바 있다. <괴물>을 비롯 몇몇 한국 괴수영화들의 캐릭터 제품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나와서 역으로 비싸게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아끼는 괴수 피겨는? 미국에서 한정으로 나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 레진 피겨와 <고질라 vs 비올란테>에 나온 1991년 버전 고질라 피겨를 꼽고 싶다. <괴물>은 당시 미국에서 한국괴수 피겨가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지금도 애착을 갖고 있고, <고질라 vs 비올란테>는 직장 다니며 처음으로 큰 맘 먹고 구입한 고가의 피겨라는 점과 금형과 디테일이 훌륭해서이다.


해외 DVD, 블루레이 샵에서 발견한 한국영화

최근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괴수영화 팬들과 연락이 되어 페이스북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외국인들인데 이들의 한국 괴수영화에 대한 관심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팬아트 수준을 뛰어넘는 정교한 CG 작품까지 제작하는 등, 굉장한 열정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 나도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해외에 나갔다가 DVD, 블루레이 샵에 한국 괴수영화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반갑게 느낀 적도 있다. 해외에 괴수영화 팬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여전히 잘 보이는 위치에 당당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우>는 < CHAWZ >, <전우치>는 < WOOCHI The Demon Slayer >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어 있었는데 국내와는 달리 괴수영화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김명제 감독의 <불사가리>, ‘대괴수 용가리’의 슈트를 재활용하여 제작한 김기영 감독의 <미녀 홍낭자>, 그리고 이용민 감독의 <악의 꽃> 이 세 영화의 필름을 찾게 되어 영상자료원에서 다 함께 볼 날이 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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