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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남승석,2017)

글:설경숙(다큐멘터리 연구자) / 20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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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2016년 말의 광화문 집회는 80년대를 청년으로 보냈던 많은 사람들에게 기시감을 비롯한 다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지금의 촛불을 보며 자신들의 운동과 그것이 만든, 혹은 만들지 못한 현재에 대한 어떤 감정을 떠올렸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안에 하동과 채복이 있다. 둘은 함께 노동 운동을 했고 위장취업으로 각기 다른 시기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다. 노동 운동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도 아니고 지금은 귀농해서 나름 순탄한 삶을 살고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그 세대의 ‘평범하게’ 치열했던 운동가들의 삶이다. 두 사람이 회상하는 80년대는 그들이 옥중에서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현재로 소환된다. 편지를 쓰던 그 때처럼 따로 따로 편지를 읽는 이들은 상대방을 향한 편지를 읽는 동시에 이제 과거가 된 자신의 또 다른 현재와 마주한다. 과거가 현재가 되는 순간을 맞는 이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기 위해 영화가 택한 방법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프롬프터의 편지를 읽게 하는 것이다. 두 노인이 가물가물한 기억, 흐뭇한 미소, 복받치는 눈물로 당시를 마주치는 순간이 프레임을 가득 고스란히 담겼다. 평생 주고 받을 연애편지를 모두 감옥에서 주고 받았기에 편지 안에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재판의 진행 이야기 서로에 대한 감정이 섞여 있다. 젊은 시절 연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남노련을 비롯한 당시의 사회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혼동될 무렵, 이들에게 연애, 가족, 사회 운동은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얽혀있는 그 무엇임을 깨닫게 된다. 편지를 통해 가장 강하게 두드러지는 것, 그리고 여전히 담담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재판 때 찾아온 동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 등의 감정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감옥에 자신을 보러 와준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행동이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것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가장 사적인 소망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는 세월이 흐르며 대의에 감추어져 이야기되지 않는 많은 관계와 감정의 존재를 수면 위로 떠올린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둘이 다른 공간에서 나누었던 30년 전의 편지를 현재형으로, 바꾸어 교환하게 한다. 여느 연인이나 부부가 하듯 강가에서 마주보고 감정을 나누는 일이 이 영화에서는 가장 어색한 순간이 된다. 정의를 외치는 일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죄스러운 일이었던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 이렇게 어색함은, 영화 첫머리에서 둘이 이야기하던 ‘봄’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노부부의 사랑의 대화와 사회에 대한 목소리는 비슷한 어색함과 주변성을 가졌다. 그리고 이제 현재의 한 점에 모아진 그들의 이야기는 광화문의 촛불과 겹친다. 귀농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의 상투성, 시간의 흐름을 재해석하는 구술 퍼포먼스의 실험성, 공간의 상징성에 무게를 둔 연극적 요소 등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여러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사이 어딘가 위치한 이 이상한 다큐멘터리는 치열함과 숭고함, 낭만과 상처가 뒤섞여 있는 한국 386세대의 한 숨겨진 얼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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