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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패밀리 (마민지,2017)

글:박혜미(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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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패밀리

<버블 패밀리>는 도시 개발의 붐을 타고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진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뿐 아니라, 화려했던 시절부터 ‘거품’이 사라진 현재까지 한 가족의 풍경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부동산 붐과 경제 호황의 흐름을 타며 전성기를 누리다가 1997년 IMF와 함께 호황의 절정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게 된 감독의 부모는 15년째 허름한 연립에서 ‘올림픽 아파트’ 시절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살아간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던 감독은 강남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에 집착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남처럼 살고 있는 가족의 균열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찾으려는 감독은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1988년으로 돌아가 부모의 삶과 자신의 유년 시절을 불러오고, 부모가 선택했던 삶이 한국 사회의 커다란 흐름과 도시의 개발이라는 구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마주한다.

<버블 패밀리>는 중산층에서 갑작스레 내리막길을 걷게 된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고충, 혹은 가족 개개인의 내면에 남겨진 상처와 기억으로 들어가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부동산 개발과 도시의 변화라는 큰 틀 안에 놓인 부모의 삶을 정렬시킨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울산을 중화학공업 도시로 개발하고, 당시 화학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였던 엄마는 아파트값이 몇 배나 오르는 기적적인 경험을 하며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 88년 올림픽 개최와 서울 개발 속에서 잠실은 코리안 드림의 메카가 되고, 중소건설사를 차려 집을 설계하고 파는 일을 했던 부모는 1년에 몇 십 억을 버는 성공과 부를 누린다. 하지만 90년대 부암동 고급 빌라를 지으려던 아버지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전 재산을 잃고 사업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버블 패밀리>의 부모는 한국 사회의 부동사 투기와 호황, 재개발의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함께하며 삶의 변곡점을 지나는 것이다.

하지만 <버블 패밀리>는 부동산 투기와 개발의 수혜자였다가, 일순간 규제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부모의 욕망과 선택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빠의 사업은 강한 자들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자본 친화적 경제 구조가 강화되고, 대규모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건설사를 운영하던 아빠는 사업을 중단했어야 할 것이다. 경제의 흐름 속에서 게임의 룰을 쥐고 있던 것은 결국 더 많이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부동산에 집착하는 부모를 이해하려는 감독은 어느 순간 자신의 처지와 부모의 삶이 다르지 않으며, 우리의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나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부모님이 선택한 부동산이라는 해법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는 지는 게임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

가족은 다시 재결합해 함께 살게 되고, 가족사진을 찍고, 외식도 하고,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보기도 한다. 1997년 이후 멈춰진 홈비디오 대신 이제는 딸이 엄마의 손에 카메라를 쥐여준다. 이 모든 것들은 이사나 학자금 대출 등 가족의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감독의 의지와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우리가 바라게 되는 것은, 이 ‘버블 패밀리’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엄마가 몰래 사 둔) 감독의 명의로 된 땅값이 올라, 그녀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아버지의 빚도 갚게 되는 것이다. 이 땅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소유의 땅을 보면서 이상하게 내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감독을, 나의 부모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이 지배하는 게임의 룰,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균열을 내지 않는 한, 현실은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고, 돌파구 역시 쉬이 찾아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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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패밀리  Family in the Bubble
2017 | 77분
감독 : 마민지
출연 : 노해숙, 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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