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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문창용,전진,2016)

글:윤가은(영화감독)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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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2017년 2월, 나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 Becoming who I was>가 아직 ‘앙뚜’라는 제목일 때 처음 만났다. 당시 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plus 부문의 심사를 위해 열흘간 베를린에 머물던 중이었고, ‘앙뚜’는 심사를 해야 할 경쟁부문 진출작 중 하나였다. 사실 처음 심사 제의를 받았을 땐 무척 혼란스러웠다. 나 같은 초심자가, 그것도 나처럼 분석과 비평에 약한 주관적 감상의 소유자가 심사라니. 더욱이 그땐 당장 내 시나리오조차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던 터라, 과연 내가 감히 다른 작품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자격이 될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집행위원장 마리안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녀는 심사라는 건 절대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지지하고 싶은 작품의 손을 들어 진짜 친구를 만드는 멋진 자리라고 나를 북돋웠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날아온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멋진 영화들을 잔뜩 보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야말로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경험이 아니겠냐고, 그래야 다음 작품에 필요한 더 큰 자극과 자양분을 얻어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도무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마리안의 말만 믿고 베를린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서른 편이 넘는 영화들 가운데, 정말 기적처럼 이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만났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두고두고 다시 볼 좋은 작품을 만난 뿌듯함에 오랜만에 많이 행복해졌다. 그리고 비로소, 좋은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심사의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창용, 전진 감독의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 린포체 ‘앙뚜’와 그를 돌보는 노승 ‘우르갼’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장장 9년에 걸쳐 정직하게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가 시작하면 어느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꼬마 앙뚜의 티 없이 맑은 눈과 눈부신 미소다. 그토록 모든 것에 투명하게 반응하는 아이의 해사한 얼굴을 또 본 적이 있었나 되묻게 되는 놀라운 눈빛과 미소다. 그렇듯 온전하게 빛나는 앙뚜의 모습으로부터 눈을 떼기란, 그 자체로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우리는 앙뚜가 웃으면 같이 웃고, 앙뚜가 찡그리면 같이 찡그리고, 앙뚜가 두려워하면 같이 움츠러들고 긴장하는 놀라운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아니 이 영화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믿고 함께 가보겠다는 결심을 절로 하게 된다.

영화의 진짜 기적은 바로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카메라는 계속 동자승에서 린포체로 성장하는 앙뚜를 진솔하게 담아내는데, 어느덧 우리의 시선은 어린 앙뚜로부터 스승인 우르갼에게로 서서히 이동하게 된다. 우르갼은 늘 따뜻한 미소와 눈빛으로 앙뚜의 곁을 지키며 아이의 모든 여정에 ‘함께’ 한다. 그는 때론 부모처럼 살뜰히 앙뚜의 옷을 입히고 정성스레 밥을 지어 먹이는가 하면, 때론 친한 친구가 되어 앙뚜와 함께 공을 차고 눈밭을 구르기도 한다. 또한 그는 앙뚜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젊은 승려를 불러 과외수업을 받게도 하고, 사원이 없는 앙뚜의 불안과 걱정을 자신의 일처럼 끌어안고 함께 티벳으로 향하기도 하는데, 그때 우리는 그가 그 누구보다 큰 스승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든, 그 어떤 삶의 불확실성과 공포와 마주하든, 항상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앙뚜를 대하고 지켜주고자 노력하는 양육자 우르갼의 굳건한 태도와 확신이다. 그는 아이의 모든 호기심과 실수와 배움에 늘 다정하고 섬세하게 반응하고 동참한다. 그는 늘 아이 곁을 든든하게 지키며 무엇이든 나누려 하지만, 절대 함부로 간섭하거나 명령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 배경에야 당연히 린포체를 잘 모시고 섬기려는 승려로서의 종교적 사명감과 책임감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앙뚜를 대하는 그의 한결같은 태도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그런 종교적 신념 이전에 이미 ‘우르갼’이라는 한 인간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 발현되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이 영화가 종교적 신비에 둘러싸인 린포체의 은밀한 성장담을 담아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아이를 온 정성을 다해 돌보고, 가르치고, 이끄는 진정한 부모와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그리고 어른과 아이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배움의 과정인지 나누려 했음을 깨닫게 된다.

전생의 사원을 찾아 티베트로 향한 여정의 끝에서, 우르갼은 언젠가 앙뚜와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한다. 우르갼이 그동안 앙뚜를 린포체로 모실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자, 앙뚜는 공부를 다 마친 15년 후 반드시 돌아와 다시 스승님과 만날 거라고 약속한다. 우르갼은 그땐 자신은 너무 늙어서 아이처럼 되어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앙뚜는 다시 약속한다. 그땐 자신이 스승님을 모실 거라고. 그때야말로 자기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들이 될 거라고. 어쩌면 <다시 태어나도 우리>라는 아름다운 제목 속에 숨겨진 문장은,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우리’가 되고 싶어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 생에 새롭게 태어난 앙뚜가 이번엔 어린 린포체 우르갼의 스승이 되어 또다시 기적 같은 ‘우리’의 삶을 함께 살아갈 모습을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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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  Becoming Who I Was ( Angttu )
2016 | 105분
감독 : 문창용,전진
출연 : 파드마 앙뚜, 우르갼 릭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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