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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2017)

글:김성훈(씨네21 기자)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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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태극기가 망토처럼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고, 한 손에는 작은 태극기가 꽉 쥐어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결연했으며, 또 어떤 면에서 순수했다. 내 재판 일정이 매번 박근혜 공판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잡힌 까닭에 재판을 받으러 갈 때마다 그 풍경을 마주해야 했다(나는 지난 2월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정황이 있는 영화사와 ‘가짜뉴스’ 노컷일베 그리고 관제 데모를 주도한 정황이 있는 우익 단체들이 모여있는 건물에 들어가 취재하다가 체포됐고, ‘건조물침입죄’에 따라 벌금형 100만 원으로 기소된 뒤, 9월 14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오자 그들은 눈물을 글썽인 채 태극기를 세차게 흔들며 “탄핵 무효”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이 풍경을 몇 차례 마주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그들은 촛불 집회 때 연단 위에 올라가 과격한 발언을 일삼고,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선동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조장했던 사람들과 달랐다.

다큐멘터리 <미스 프레지던트>(김재환, 2017)에도 이들과 비슷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청주에 사는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절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농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이야말로 조국 근대화의 기치라고 굳게 믿고, 태극기 집회가 열릴 때마다 노구를 이끌고 서울에 올라와 태극기를 흔드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그의 표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될지 몰라 답답해하면서도 걱정스럽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 또한 지갑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을 넣고 다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생각만 하면 눈물이 고인다. 이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난한 조국과 국민을 구제해준 ‘아버지’이자 신화다. 박정희와 육영수로부터 형성된 신화는 ‘동정의 아이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물림 되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부 한국사회는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 아래 있는 것이다.

카메라는 그들을 결코 풍자의 대상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떤 편견이나 프레임을 갖지 않고, 오히려 예의를 갖춘 채 애정을 가지고 이들을 담아낸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어떠한 시선이나 평가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해 거짓말이 근거하는 (미디어와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들추어냈던 전작 <MB의 추억>(2012)과 사뭇 다른 태도다. 이 영화는 그저 교회나 성당에 가서 신을 숭배하듯 박정희 기념관을 찾아 박정희의 대형 동상 앞에서 기리는 그들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매우 숭고하면서도 평범하다. 이들을 통해 <미스 프레지던트>는 ‘보통’ 사람들이 박정희·박근혜를 종교처럼 숭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들이 가진 정서의 뿌리는 어디서 기인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영화에 나온다. 박정희에 대한 신화는 어쩌면 박정희 세대들이 가장 화려했던(혹은 젊은) 시절에 대한 판타지에서 기인하는 건지도. 그 점에서 <미스 프레지던트>는 윗세대들을 이해하는 작은 단초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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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미스 프레지던트  Mis-President ( Miseu peurejideonteu )
2017 | 85분
감독 : 김재환
출연 : 박정희, 육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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