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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마스크 (데이브 맥킨,2005)

글:김일태(조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 학부장) /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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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마스크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바깥 온도는 38도를 웃돌고 있다. 요즘 같이 잔인한 무더위, 작열하는 폭염에는 올림픽 시청이나 영화 관람이 더위 날리기로 제격이다. 연일 밤을 새운 응원에 승전보를 접하기도 하지만, 몇몇 종목의 불만스런 판정은 마뜩잖은 새벽잠에 불편함을 더한다. 그래도 스웨덴의 전설적인 사격 영웅 오스카 스완이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에서 72세의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꿈같은 기록들이나, 영화 속 환상을 실시간 현실로 만들어준 대니 보일 감독(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 아카데미 감독상) 연출의 스펙터클한 개막식은 올림픽의 흥미를 더해주는 번외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위 날리기 1순위는 무엇보다도 냉방시설 잘된 영화관에서 시원한 콜라 한 잔과 고소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 관람을 즐김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틀전날 밤 고1 아들놈과 친구들에게 에어콘 바람이 차가우니 웃옷도 한 벌 챙기라면서 심야시간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함께 보고 왔다. 7월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24일 하루에만 27만 275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3,003,061명을 기록했다. 이는 19일 개봉 이후 6일만의 기록으로 2012년 개봉영화사상 최단 기간 300만 명 관객 돌파의 기록이다(<어벤져스>는 10일 만에 최단 300만 관객 돌파). 한편, 한국 멜로 영화사상 최대(41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올 상반기 화제작 <건축학 개론>은 90년대 감성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마이클 런스 투 록` 등 국내에서 관련 음반들이 줄이어 발매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제목으로 귀에 익숙한 그리스 가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가 흐르는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승률이 꽤 높은 명필름의 주력은 특수효과를 애니메이션기법으로 처리하는 메이저급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탄탄한 스토리와 기획에 기반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음악과 캐릭터를 비롯한 몇 가지의 중요한 다른 조건들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비중이 큰 3가지만을 꼽는다면 스토리, 캐릭터,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시카프 행사를 방문한 픽사의 이민형 TD는 인문학에 관심 갖길 제안하면서, 영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꼽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경우에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는 1년 반이 걸렸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5년을 공들였고, 공대 출신 기술 담당 임원들도 예술과 인문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게 바로 픽사의 큰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추천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영화의 구성요소 중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몽상적 스토리 이상의 몽환적인 스토리와 <어벤져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감각적인 비주얼,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건축학 개론>에서 흐르는 복숭아 같이 향긋한 음악, 그리고 또 다른 재료들을 잘 배합해서 시적 일루전이라는 특별메뉴로 조리해낸 데이브 맥킨(Dave McKean)의 <미러마스크(MirrorMask)>이다. 꿈같이 공상적이고 만화 같은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로는 팀 버튼의 <피위의 대모험>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만화적 요소에 애니메이션기법이 강하게 혼재한 데이브 맥킨의 <미러마스크>가 영상자료원의 추천애니메이션이라는 지정된 조건에는 좀 더 적격이라고 판단한다.

팀 버튼 감독의 만화 같이 황당한 설정의 실사영화들은 <슈퍼맨> 같이 만화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기법이 쓰인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해 용어상의 혼용과 학술적 개념의 혼란을 가지게 하지만 <미러마스크>는 이러한 만화와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복합적인 개념을 담고 있어, 심화된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롭고 발전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번 작품이 묘한 매력으로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몽환적 이미지로 풀어가는 컬트 성격이 강한 비주얼들이다. 그래서 <미러마스크>를 리뷰하기에 앞서 데이브 맥킨에 대한 일러스트레이션작가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소개함이 다소 어둡고 무게감 있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데이브 맥킨은 영국의 버크셔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영화를 전공했다. 25년 전인 1987년, 찰떡궁합인 글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과 함께 『폭력 사건들』과 『흑란』(1988)을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 두 작품은 1989년 유별난 작가 그랜트 모리슨의 시나리오에 그림 작가로 발표한『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와 더불어 만화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창의적 만화 장치를 적용시켜 다수의 수상과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안았다. 1989년 이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린 그래픽노블『새장들(Cages)』(1993)을 출판했는데, 이 책으로 알프 아트 판테라 하비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코랄린』(2003), 『벽 속에 늑대가 있어』(2005),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2006) 등 책의 속지를 펼쳐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만화책과 그림책들이 여럿 있다.



데이브 맥킨 |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 | 샌드맨의 `모르페우스` 초상 | Dreaming



코랄린 | 벽 속에 늑대가 있어 |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이와 같은 데이브 맥킨의 그림이 특별히 가지는, 현실과 꿈을 오가는 시공간적 레이어에 놓인 회화, 사진, 오브제, 캘리그라피, 컴퓨터그래픽 등의 중첩 이미지들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정물화에서 느껴지는 유머스런 일루전으로부터 모리츠 C. 에셔의 패턴이 재현하는 메타패턴의 이미지들에 바흐의 푸가 C-샤프 마이너가 절묘히 배합되어 시적 환영의 메타모포시스를 제공함으로서 퇴색하는 벽과 바닥과 천정의 티끌에서도 어렵지 않게 생성되는 신기한 환영들처럼 독자나 관객 스스로가 시적 연상을 통해 감성 넘치는 스토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채소 기르는 사람 | 모리츠 C. 에셔: 패턴 이미지

데이브 맥킨 감독의 첫 장편 <미러마스크>는 글 작가 닐 게이먼의 『미러마스크』를 초안으로 2005년 짐 헨슨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다. 간단한 줄거리는 가족 서커스단인 주인공 헬레나와 부모님의 떠돌이 생활의 지겨움에 대한 사춘기의 갈등과 해소에 관한 내용이다. 헬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심하게 다툰 후 갑자기 어머니가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루한 일상에 대한 반항, 사춘기의 도발적 방황, 부모님과의 갈등 등 트라우마 유형의 스트레스를 현실과 혼돈되는 꿈속에서 몽환적으로 풀어나간다. 감독은 헬레나의 병든 어머니를 상징하는 백색여왕의 병을 고쳐줄 미러 마스크를 찾아 얽힌 실타래를 풀듯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데이브 맥킨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미지와 철학적 관념이 흐르는 스타일리시한 반투명 메타모포시스 기법을 중첩시켜 감성 넘치는 101분 상영시간의 인상 깊은 장편애니메이션영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묘사가 섬세하고 스토리라인의 조리가 분명한 팀 버튼 감독의 몰입감 강한 미국스타일 작품들에 비해 호불호 엘리트 예술가로서 또는 회화작가로서 데이브 맥킨이 표현하기 좋아하는 지나치게 복잡한 철학적, 관념적 유럽식 예술품격을 녹인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그래픽 노블에서 칸(패널) 사이에 놓인 스토리 완급에 대한 긴장감을 독자들 스스로가 유지하기를 요구하듯이, <미러마스크>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집중력과 인내 역시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관객의 호흡을 무시하는 형이상학적 지루함을 못내 답답하고 씁쓸한 옥의 티라고 조롱하고 싶다. -혼자 너무 잘 났어!-

혹자는 그러시겠지 “이게 도대체 만화야? 영화야?”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글쎄, 요새 영화들은 도대체 애니메이션이야?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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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 101분
감독 : 데이브 맥킨
각본 : 네일 가이먼
출연 : 제이슨 배리, 롭 브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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